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백두산에도 사는 북극 식물 담자리꽃나무를 아시나요"

바람아님 2019. 6. 17. 07:16
동아사이언스 2019.06.16. 09:10
스발바르에 사는 담자리꽃나무의 모습을 담았다. 동토에 핀 꽃이라 더 귀하다. 사진제공 극지연구소

하얀 꽃잎 8장에 노란 수술이 도드라진 꽃은 수수했지만, 차가운 북극의 동토는 이 꽃 하나로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해졌다. 땅 속에 여러 해 묻혀 있다 겨우 피운 꽃이기에 더욱 그랬다. ‘담자리꽃나무’라는 북극에 사는 식물이었다. 

노르웨이 최북단 스발바르 섬에 사는 북극의 식물을 우리말로 소개한 책이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이유경 극지연 책임연구원이 스발바르의 식물 180여 종 가운데 55종의 유래와 특징, 분포를 다룬 책 ‘한 눈에 보는 스발바르 식물’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스발바르의 식물을 다룬 책이 한국어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스발바르는 평균 북위 78도인 북극해의 제도로, 북극점까지의 거리가 최소 1000km에 불과하다. 북반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다산과학기지가 위치해 친숙하다.

스발바르 섬의 식물은 대부분 혹독한 추위를 피하기 위해 동전보다 작은 크기로 서너 해 동안 땅 속에서 버티다 한 번씩 꽃을 피우는 전략을 택한다.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런 식물 55종의 사연을 직접 촬영한 2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스발바르 제도를 찾는 한국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북극의 자연을 향한 호기심과 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식물학자인 이 책임연구원은 스발바르와 그린란드 등 북극을 15번 탐사하며 환경과 식생 변화를 조사해 왔다. 그에 따르면, 현재 스발바르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지구에서 가장 직격으로 받고 있다. 전체 식물의 4분의 1이 넘는 48종이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될 정도다. 스발바르 전역에 30개체만 남은 식물도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이런 위기를 책을 통해 알 수 있도록 중국어와 영어, 노르웨이어 등 4개국어로 책을 썼다.


스발바르는 먼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곳의 식물은 마냥 멀지만은 않다. “담자리꽃나무와 애기가물고사리, 씨범꼬리 등은 백두산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극 식물 연구는 한반도의 고산식물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아르베 엘베바크 노르웨이 북극대 교수와 지은 책 ‘한 눈에 보는 스발바르 식물’. 극지연구소 제공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