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경제초점] 시스템 改革 없이는 경제 살아나지 않는다

바람아님 2015. 5. 6. 07:23

(출처-조선일보 2015.05.06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경기 浮揚 효과 안 나타나는 건 공급·생산성 증가 안 이어진 탓
주식·부동산 가격만 오른 반면 고용·소득 창출 없이 分配 악화
부실기업 정리, 고용 유연화 등 용기와 의지로 구조조정 해야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작년 7월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이어졌다. 
재정 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재정 통화 정책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기 부양 효과는 지금쯤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와 체감 경기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총수요 증가가 공급과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은 늘지 않는데 수요만 늘리면 생산량은 변하지 않고 가격만 올라간다. 
특히 풀린 돈이 설비 투자와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돈은 결국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가격 상승 추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자산 가격 상승은 고용과 소득 창출에는 별 효과 없이 자산 분배 구조만 악화시킨다. 
경기 부양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돈만 풀어서는 안 되고 공급 애로 요인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경제 시스템 개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시스템 개혁의 핵심은 한국 경제의 비효율성과 낭비 요소를 걷어내고 생산성과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풀어도 소득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문제의 본질이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구조조정은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다. 
온 국민이 동의하는 개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개혁이든지 이익집단의 저항과 고통을 수반한다.

한국 경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잠재 성장률을 올리고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용기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고용 제도를 유연화하고, 국영기업과 공공 부문을 개혁하고, 
교육·의료·금융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고,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연기금 개혁과 복지 제도 개혁도 시급하다.

그러나 이 모든 개혁을 어느 정부도 임기 내에 다 해낼 수는 없다. 
지금 한국 경제의 구조적 비효율은 오랜 기간을 거쳐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는 데도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외 개혁 성공 사례를 보면 여러 개혁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해 한두 가지 개혁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개혁 전선(戰線)을 여러 분야에 넓고 얇게 펼치기보다는 화력을 집중해서 하나라도 확실하게 성과를 냄으로써 
그 여파가 다른 개혁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사용했다.

현 정부가 출범 후 의욕적으로 많은 개혁 과제를 추진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연이은 대형 사고와 
정치 스캔들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된 탓도 있다. 또 여러 개혁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제 민주화, 
공기업 정상화, 규제 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 핵심 개혁 과제가 계속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번에 여야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것이 첫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개혁이라고 보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정치권은 원만한 합의를 강조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개혁의 내용이다. 공무원 단체의 저항과 이들에게 동조한 야당의 비협조로 반쪽짜리 개혁이 되고 말았다.

이익집단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개혁을 거부하거나 
정치권이 정치적 계산으로 개혁에 물타기를 할수록 한국 경제의 회복은 늦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은 다른 분야의 개혁이 탄력을 받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노동시장 개혁도 이번 기회에 매듭 짓고 다른 부문으로 개혁이 계속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