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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으로 노동개혁..독일·네덜란드 주목

바람아님 2015. 7. 21. 09:34
연합뉴스 2015-7-20

새누리당이 20일 '노동 부문 개혁'을 올해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설정함에 따라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노동 개혁안을 놓고 여당과 야당,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재계와 노동계 등의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네덜란드로, 이들 나라 모두 노동시장 유연화, 실업인구 축소, 실업복지 하향 조정 등에 성공해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 독일 하르츠 개혁, 노사정 대타협 모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세계 각국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노사정 대타협의 모범사례다.

경직된 고비용 구조였던 독일 노동시장을 유연하고 합리적인 구조로 바꿔 독일의 부흥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개혁의 명칭은 2002년 폴크스바겐 관리 이사였던 페터 하르츠 박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하르츠 박사는 당시 독일의 실업난과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시장개혁특별위원회를 이끌었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학계가 모두 참여한 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고 '하르츠 개혁'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핵심은 실업자 복지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창업활성화 등 크게 세 가지다.

개혁은 400여만명의 거대한 실업자군을 직접 겨냥했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줄이고, 실업부조도 구직 노력을 기울여야만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저임금의 힘든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창업을 장려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근로자 파견기간의 상한을 폐지하고 1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은 해고 규정에서 예외를 인정해줬다. 신규 창업기업은 임시직 근로자를 최장 4년간 고용할 수 있도록 했고,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세금 혜택도 확대해 다양한 근로 형태를 유도했다.

실업자의 창업 의욕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소득 2만5천유로까지는 3년간 보조금을 주고 세금도 깎아줬다.

하르츠 개혁 덕분에 2005년까지만 해도 11.2%였던 실업률은 지난 1분기에는 역대 최저인 4.8%로 떨어졌다.

하르츠 개혁이 독일의 경쟁력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고용이 증가했으나 노동자의 평균 실질임금은 늘어나지 않고 줄었기 때문이다. 실업수당이 대폭 감소해 노동자들이 과거보다 열악한 일자리를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축소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던 사회민주당은 현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에 정권을 내줘야 했다.

◇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주목

1980년대 초 네덜란드는 치솟는 실업률과 마이너스 경제성장에 시달렸다.

'고용 없는 복지'로 놀고먹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네덜란드 병'은 경제를 좀먹는 요인이 됐다.

'네덜란드 병'을 '네덜란드 기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노사정 대타협의 세계적인 모델이 된 '바세나르 협약'이다.

1982년 11월 출범한 루드 루버스 총리 정부는 소도시 바세나르에서 노사정간 임금인상 억제, 사회보장세 완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공유 등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협약은 원칙을 천명한 한 장 짜리 문서에 불과했지만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시간제와 임시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사회보장과 고용보장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정규직 근로자들도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늘리는 등 고용조건을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었다.

이후 1993년 노동조합은 기업 수익성을 고려하고 고용주는 노동참여를 증가시키도록 한 '신노선 협약', 1996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괴리를 좁힌 '노동유연성 협약'까지 상호 충분한 논의 끝에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데 성공했다.

바세나르 협약 이후 위기에서 벗어난 네덜란드는 1990년대 유럽연합(EU)이 연평균 2.1% 성장하는 동안 연평균 3.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네덜란드 병을 고친 협약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노사정이 대타협을 통해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네덜란드 기적의 원동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컨센서스(합의) 경제'라 할 수 있다"며 "컨센서스 경제는 정책 수립시 정부와 노사단체 대표 간에 사전 이견 조율이 제도화돼 있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노동재단과 사회경제평의회가 사회·경제정책의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고 정부에 권고하는 창구 기능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이 내놓는 의견과 권고사항은 노사 간 철저한 분석과 논의 끝에 나오는 것이어서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서 대부분 수용됐다.

노조와 기업, 정부가 동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은 협상과 합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영된다.

LG경제연구원은 "네덜란드가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던 배경에는 노사정간 긴밀한 협조체제 및 파트너십,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등을 있다"며 "한국의 협의 플랫폼인 노사정 위원회는 당사자 간 합의방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노동개혁에 관한 논의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협의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