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21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삼팔이, 복순이, 제돌이, 춘삼이, 태산이. 조선시대 노비들 이름이 아니다.
이들은 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돼 서귀포의 퍼시픽랜드와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가
서울시와 제주도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다시 자유의 몸이 된 남방큰돌고래들이다.
지난 18일은 제돌이와 춘삼이가 방류된 지 2년이 된 날이었다. 삼팔이는 그들과 함께 제주 김녕항에서
적응 훈련을 받던 중 스스로 먼저 자유를 찾아 떠났다.
얼마 전 7월 6일에는 드디어 복순이와 태산이까지 방류됐다.
나는 오래전부터 돌고래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1990년대 초 미시간대 교수 시절 호주 서부 퍼스(Perth)
나는 오래전부터 돌고래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1990년대 초 미시간대 교수 시절 호주 서부 퍼스(Perth)
앞바다에서 돌고래를 연구하던 일군의 대학원생들의 자문에 응하며 언젠가 직접 참여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귀국 후에는 해양학과도 제대로 된 실습선 하나 없던 국내 사정에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가 2012년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못내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칠 수 있었다.
제주도는 돌고래 연구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망망대해를 유영하는 돌고래들을 항상 배로 추적해야 하는 대부분의
돌고래 연구들과 달리 110여 마리의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거의 육안 거리에서 제주 해안을 따라 뱅뱅 돌기 때문에
육지에서도 어느 정도 관찰이 가능하다. 삼팔이는 먼저 빠져나가 어쩔 수 없었지만 제돌이와 춘삼이에게는 등지느러미에
개체식별부호로 1번과 2번을 달아주었다. 나는 기회가 닿는 대로 110여 마리 모두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그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장기 생태 연구를 기획, 추진하고 있다. 내 계획대로라면 복순이와 태산이는 4번과 5번을 달아야 했는데
이번에 그 과정을 생략한 건 참으로 아쉽다.
과학철학자 포퍼(Karl Popper)는
"자유가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안전뿐 아니라 자유를 위해서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거꾸로 다섯 마리의 돌고래가 자유를 찾았으니 이제 우리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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