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8-28
사진과 총은 서로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필름(총알)을 장전하고, 피사체(목표물)를 정확하게 조준한 뒤, 촬영(격발)을 합니다. 또한 촬영(격발)을 할 때는 안정된 자세를 취한 뒤, 숨을 멈추고, 손가락의 힘만으로 살짝 셔터 버튼(방아쇠)을 눌러(당겨)야 정확히 촬영(명중)이 됩니다. 미국의 비평가 수전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에서 ‘이제 사냥꾼들은 윈체스터 소총 대신에 하셀블라드(중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총구를 겨냥하기 위해 망원경을 보는 대신에 피사체를 프레임 속에 제대로 넣기 위해 뷰파인더를 들여다본다’ 고 썼습니다. 대상을 촬영함으로써 이미지를 소유하게 되고, 대상을 명중시킴으로써 사냥감을 소유하게 되는 것도 사진과 총의 유사한 점입니다.
사진은 지난 7월에 있었던 학군사관 후보생들의 훈련 모습입니다. 이 싸움(?)은 숫자에서 앞선 카메라가 승리를 거둔 것 같군요. 우리나라의 2015년 상반기 스마트폰 보급률은 83%입니다. 열에 여덟이 총 한 자루씩을 들고다니는 셈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구를 쉼없이 겨누고 찍습니다. 가끔은 스나이퍼가 된 듯 대상이 눈치채지 못하게 도둑 촬영(Candid Photo)도 합니다. 상대방이 모르게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얻었을 때는 암살에 성공한 듯 짜릿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총기 남용은 참사를 낳을 수 있죠. 사진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너무 남발하면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약간의 자제가 필요합니다. 물론 저는 예외입니다. 제 직업은 사진기자니까요.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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