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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YS의 공과를 따지자는 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YS의 적자를 자처하며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YS 마케팅’에 열기를 보탤 의도도 없다.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왜 1998년 퇴임 후 17년간 IMF 위기의 원흉이자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았던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이 사후에야 급작스럽게 재평가되는가.
이 현상을 그저 한 정치적 거물에 대한 때늦은 재조명으로 치부하고 지나쳐 버리는 건 왠지 석연치 않다. 그가 세운 공도 과도 모두 퇴임 전의 역사이건만 그는 생전엔 희화화와 비난의 대상이 됐고 사후에야 재평가와 미화의 대상이 됐다. 그의 공적을 평가할 기념도서관은 그에 대한 박한 평가 속에 설립 속도가 더뎠다고 한다. 내 편 네 편을 갈라 쉬이 뜨거워지거나 식거나 하는 우리네 냄비 근성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질곡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일부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불행의 아이콘이 되는 길을 재촉한 측면은 간과할 수 없다. 과에 대한 평가 역시 냉철해야 한다. 그러나 YS의 사후 신드롬을 보면서 자문한다. 그의 생전 우리는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그의 공과를 평가한 적이 있는가. YS 사후 일부에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을 거론하지만 각자의 이념 스펙트럼과 입맛에 맞는 이들만 재평가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는 건 아쉽다. 모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바탕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대한민국에 발전이 있다. 선하기만 하고 악하기만 한 사람 없듯, 100% 잘하고 100% 잘못한 대통령도 없다. 사후에야 평가가 살아나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이는 그 대통령이요, 두 번째로 불행한 이는 그 국민일 터다.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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