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올 한 해를 울린 기사

바람아님 2015. 12. 17. 21:22

[J플러스] 입력 2015.12.15 


기자는 뉴스를 전하는 사람입니다. 뉴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고요.
하지만 뉴스를 있는 그대로만 전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전달하기 힘든 슬픔 또는 끔찍함 등을 담고 있을 때 기자도 고민에 빠집니다. 무신경하게 이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야 할까, 아니면 은유적으로 전달해야 할까 등등의 고민이지요.
올해 그런 경험을 9월 3일 밤에 짠하게 했더랬습니다. 당시 편집국에서 일하던 야근자들 모두가 했습니다. 정치부는 다른 일로 바쁘던 순간이었습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함께 텐안먼 성루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자리가 어디냐를 뉴스라고 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국제부 야근자가 외신 기사를 하나 들고 왔습니다. 터키 해안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3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3개월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먹먹해집니다.
당시 중앙일보 편집자들은 어떻게 이 사진과 스토리를 독자들에게 전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아래의 지면입니다. 중앙일보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음날 아침 경향ㆍ국민ㆍ동아ㆍ조선ㆍ한겨레 등 조간신문들을 보면 그런 고민들이 깊이 담겨 있음을 비교해 느낄 수 있습니다.
흑백사진으로 전한 고민, 모자이크로 전한 고민, 얼굴을 가린 사진을 선택한 고민 등등.

신문을 만들고, 스토리를 전하는 ‘기자쟁이’들끼리는 그 고민의 결과물을 놓고 평가를 합니다. 고민의 결과물을 보는 시각에 따라 욕을 한 바가지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서.
물론 답은 없습니다. 조간신문을 펼쳐들 독자들에게, 또는 아침 휴대폰으로 기사를 읽을 독자들에게 세 살 쿠르디의 시신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놓고 그 날 밤 우린 고민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건 이런 것들입니다.
올 한 해 우리는 어떻게 살았습니까…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아래는 그 날 밤 고민 끝에 내린 중앙일보의 선택입니다. 눈에 덜 띄지만 쿠르디의 죽음을 전달하는 데 컬러 대신 흑백을 택했습니다.

<중앙일보>



쿠르디의 사진을 찍은 터키 도안통신 사진기자 닐류페르 데미르.


29살의 그 녀는 "그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더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사진을 찍어서 세상에 알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녀의 사진은 이전까지 수많은 기자들이 써 온 그 어떤 난민 기사들보다 더 큰 반향을 끌어 냈습니다. 인권 선진국들이 앞다퉈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인류가 난민 정책의 근본을 고민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