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연말 모임은 두려워

바람아님 2015. 12. 17. 10:23

(출처-조선일보 2015.12.17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김도원 화백)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사진연말이다. 한번 보자는 친구들의 전화도 빈번해진다. 이런 전화를 한두 번 받다 보면 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핑계로 모임을 피해나갈지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전화를 어느 때보다도 반갑게 맞아야 할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10년 안에 이 같은 전화가 전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통계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와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지난 10일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구와 함께 쉬는 시간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2007년에 여가 시간을 친구들과 보낸다고 답한 사람이 34.5%였는데 지난해에는 단 8.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통계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지만, 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더 늘어났다. 

점점 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독해지는 게 증명된 셈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그런데 통계를 보면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여가 시간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직장 동료나 상사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아무리 심심해도 직장 동료  나 상사는 절대 사양이다. 
따라서 직장 회식 후 '한 잔 더 하자'는 부하 직원의 말이 있으면 그건 그냥 영혼 없는 멘트라고 생각해야 한다.

개념 있는 상사가 되는 게 어렵진 않은데 이렇게 뿌리치고 돌아서면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세상이 각박하게 느껴진다. 
이 때문일까, 부담을 주고 부담을 나누던 1980년대가 문화예술계에서 다시 유행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