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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흑돌로 이기고 싶다”

바람아님 2016. 3. 15. 07:24

(출처-이데일리 2016/03/15 김현아 기자)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오늘(15일)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마지막 대국을 벌인다.


이 9단은 지난 세 차례 대국에선 알파고에 불계패했지만, 지난 13일 4국에서 이기면서 알파고의 기풍을 파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백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180수만에 알파고에 불계승을 거뒀다.

그는 첫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 “(3연패 이후)충격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대국을 중단시킬만 하진 않았다. 
너무 즐겁게 바둑을 뒀다”면서 “이번에 백으로 이겨서 5국은 흑으로 한번 이겨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제안을 구글 딥마인드 측이 수용하면서 마지막 대국에선 이 9단이 흑으로, 알파고가 백으로 경기를 한다
중국 바둑규칙에 따르면 흑은 백에게 7집 반을 덤으로 주고 대국을 해야 한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는 4국 직후 “이세돌 9단과 이렇게 흥미진진한 대국을 성공적으로 치르게 돼 기쁘다”며 
“캘리포니아에 돌아가서도 마지막 대국을 지켜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세돌,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흑돌로 이기고 싶다”
▲3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4번째 대국이 끝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세돌(맨 왼쪽) 9단과 데미스 하사비스(중간)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실버 팀 리드(왼쪽)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유성 기자

한편 어제(14일) 기준 고레이팅스(GoRatings)가 집계하는 세계 바둑랭킹에따르면 이세돌 9단이 5위를 기록한 가운데, 
이번 세기의 대국에서 이 9단에 3승 1패를 기록중인 알파고는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알파고의 공식 대전 수는 총 9 대국으로 8승 1패를 기록중이다. 
그 1패는 이세돌 9단에게 13일 당한 것으로 공식전 첫 패배다. 

고레이팅스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선수는 집계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알파고는 13일 첫 불계패를 당하면서 
순위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알파고의 순위는 이 9단과의 오늘 대국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의 커제 9단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의 박정환 9단이 2위, 이세돌 9단이 5위, 강동윤 9단이 11위로 
상위에 포진돼 있다. 

이세돌,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흑돌로 이기고 싶다”
▲고레이팅스 세계 바둑랭킹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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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알파고가 답한다

(출처-조선닷컴 2016.03.12 김광일 논설위원 김도원 화백)

일본 바둑계에 옛 얘기가 전해 온다. 

'바둑 신(神)' 소리를 듣던 명인이 우연히 어느 시골 촌장과 붙었다. 호선으로 백을 쥔 명인이 딱 한 집 이겼다. 

상대를 몰라본 한낱 시골 고수는 "한 판 더!"를 외치며 팔을 걷어붙였다. 

흑 두 점을 깔고 접바둑이 됐다. 명인이 또 한 집만 남겼다. 

화가 난 촌장이 넉 점 깔고 셋째 판, 마지막엔 아홉 점 놓고 덤볐다. 

그때마다 명인은 한 집만 이겼다. 

촌장이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알파고가 이세돌을 잠재운 두 판은 명인이 촌장 다루듯 했다. 해설하던 김성룡 9단이 실토했다. 

"알파고는 판후이와 둘 때도 딱 이길 만큼, 이세돌과도 이길 만큼만 뒀다." 

이길 만큼만, 이게 무섭다. 인간을 갖고 논다. 김성룡이 탄식했다. 

"나랑 붙어도 딱 이길 만큼 두지 않을까." 

기계는 고장은 나도 실수는 없다. 알파고에 악수(惡手)란 없다. 

인간이 만든 정석은 선입견일 뿐이다. 알파고에 정석은 승리 확률을 극대화한 수순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알파고에 완패한 판후이가 "알파고는 이창호 닮았다"고 했다. 

조훈현도 말했다. "알파고는 끈질기고 계산에 밝고 이길 수 있다면 손해를 무릅쓴다. 전성기 이창호 같다." 

이창호는 끝내기 신산(神算)이었다. 무표정하게 바둑판만 내려다보는 돌부처였다. 상대는 제풀에 무너졌다. 

그가 지존이던 시절 진 쪽은 밤잠을 못 잤다. 패착이 없는데 왜 졌을까. 

이번에 이세돌도 "어떻게 졌는지도 모르고 졌다"고 했다.


▶해설가들은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런 수가…." 때론 "알파고가 실수했다" "이상 감각이다"면서 막판까지 이세돌 승리를 장담했다. 

환호를 지른 10분 뒤 송태곤 9단은 사과했다. "이제 보니 졌군요. 죄송합니다." 

인간은 몰랐다. 알파고는 다른 바둑 문법을 갖고 있다. 기리(棋理)부터 다르다. 

인간은 귀와 변을 먼저 둔다. 변화를 내다볼 수 있는 곳이다. 

중원은 계산 불가 영역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초반부터 중원 땅을 헤아렸다.


▶'기성(棋聖)' 오청원이 치수(置數) 고치기 10번기에서 천원(天元)에 돌을 놓아 바둑계를 뒤흔든 게 80년 전이다. 

알  수 없는 신의 영역, 착수를 금했던 곳에 알파고가 답을 갖고 왔다. 

초반 '이상했던' 수가 100여 착점이 지난 뒤에야 공포와 전율을 불렀다. 

알파고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같은 괴물이 아니다. 한국에 온 손님이다. 

덕분에 온 나라가 인공지능 얘기다. 수십조원어치 자극을 줬다. 

지금 알파고가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 우리가 알아듣고는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