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삶은 불만족투성이다. ‘흙수저’ 논란도 거세다. 그럼에도 평균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것도 사실이다. 리처드 W 란 미국 경제성장연구소 총재 같은 이는 현대 일반인의 생활수준이 루이 14세의 그것보다 높다고 강조한다. 로마 귀족도 넘볼 수 없다. 현대의 생필품 가격은 기록적으로 저렴하다. 설탕도 마찬가지고.
문제는 풍요의 대가다. 고대 귀족은 충치로 고생했지만 현대인은 당뇨병을 비롯한 서구형 비전염성 질환으로 괴롭다. 이유는? 너무 잘 먹고 잘 살아서다. 선진국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당뇨병 환자를 둔 인도가 좋은 예다. 2010년 당뇨병 유병률은 8% 안팎이다.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1938년과 59년 조사에서 파악됐던 1% 미만의 수치가 급격히 불어났다. 인도 생활여건이 점차 나아진 것이 뜻밖의 질환을 부른 것이다.
인간은 단맛에 약하다. 당류는 에너지원이니 안 약할 도리도 없다. 미국과 영국의 1인당 당분 섭취량은 1700년 무렵엔 연간 1.8㎏에 그쳤지만 지금은 연간 68㎏에 달한다. 40배 가깝게 는 것이다. 비만 등의 공포가 커질밖에. 영국 정부는 최근 2년 후 설탕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 농무부는 앞서 1월 당분 가이드라인을 사상 처음 제시했다. 설탕 등 당분의 하루 섭취량을 전체 섭취 칼로리의 10% 이내로 유지하라는 권고였다.
‘단맛과의 전쟁’은 국내에서도 개봉박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월 보건의 날을 앞두고 제1차 당류 저감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대국민 캠페인을 3년 이상 펼칠 예정이다. 단맛을 건강의 적으로 경계하자는 국민 운동이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량의 12% 넘게 당류에서 섭취한다. 20%를 쉽게 넘기는 서구인보다 낫지만 안심해도 좋을 단계는 오래전에 넘어섰다.
설탕은 이제 홍난파 가곡에 나오는 봉선화 신세가 될 모양이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고 할 때의 봉선화…. 그런데 걱정도 든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 건강을 챙기는 척하며 또 ‘죄악세’ 처방을 들고 나올까 봐. 결국에는 납세자가 울밑에 선 봉선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人文,社會科學 > 日常 ·健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을 빨리 극복하려면, 슬픈 음악에 푹 젖어라? (0) | 2016.04.01 |
---|---|
[송혜민의 월드why] '죽기 좋은 나라' 영국..죽음의 인식을 바꾸다 (0) | 2016.03.31 |
"남은 생이라도 즐겁게 살자"..70·80대 이혼 늘어 (0) | 2016.03.28 |
몸짓 닮은 사람들, 성격도 닮았다 (연구) (0) | 2016.03.27 |
'뇌건강' 부모님을 원한다면..달리기, 뇌 노화 10년 지연(연구) (0) | 2016.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