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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송중기가 앉았던 곳이지 말입니다"

바람아님 2016. 3. 31. 10:18
세계일보 2016.03.30. 20:53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를 시청한 팬들의 ‘태후앓이’를 상징하는 댓글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상에는 이미 ‘태후가 방영되는 수, 목 저녁에는 늦게 귀가할 것’, ‘태후를 보는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말 것’ 등 ‘태후에 대응하는 남편 행동 지침’까지 나올 정도로 하나의 신드롬이 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태후의 시청률은 첫 방송 이후 매회 상승곡선을 그리다 지난 24일 방송된 10회 시청률이 31.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지상파 미니시리즈로는 4년 만에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각종 패러디물 양산은 물론 촬영지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외 팬들의 ‘태후앓이’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또 한 번의 한류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KBS 제공

◆‘제2의 겨울연가’ 열풍… 치솟는 인기비결

태후는 방송 전부터 ‘100% 사전제작’, ‘김은숙, 김원석 작가 등 실력파 제작진’, ‘송중기-송혜교의 만남’ 등으로 이미 인기가 점쳐졌다.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의 누적 조회 수 15억건을 돌파하고, 일본으로 회당 10만달러로 판권 수출을 이루는 등 ‘제2의 겨울연가’를 기대하게 된 데에는 김은숙 작가의 ‘믿고 보는 드라마’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멜로드라마의 애정공식이었던 ‘삼각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드라마 시작부터 ‘유시진(송중기)-강모연(송혜교)’, ‘서대영(진구)-윤명주(김지원)’의 러브라인이 명확했다.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다른 이성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드라마의 중심축인 ‘송송커플’과 ‘구원커플’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전혀 없어 시청자들은 편안하게 송중기, 송혜교가 가상의 애인인 것처럼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패러디를 유발하는 각종 농담성 대사들과 인물들의 말투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강한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이른바 ‘다나까체’로 불리는 군대식 말투도 ‘꽃미남’ 송중기의 입을 통하면 ‘사랑의 세레나데’와 맞먹는 효과를 가진다. “허락 없이 키스한 것 말입니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다치지 마십쇼. 명령입니다” 등의 대사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잇는 강한 ‘한 방’이다. 

강원도 태백시의 ‘태양의 후예’ 촬영지.
연합뉴스

◆“여기가 송중기가 앉았던 곳이지 말입니다”… 촬영지 등 관련 상품 문의도 폭증

국내는 물론 해외 여성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것도 모자라 송중기와 송혜교의 발길이 닿았던 촬영지가 어딘지도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군부대 막사가 위치한 곳은 태백의 한보탄광, 정선 삼탄아트마인, 경기 파주의 캠프그리브스 등이다. 여행사는 물론 촬영지가 위치한 지자체에는 드라마에 나온 낭만적인 풍경에 빠진 시청자들의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태후 촬영지가 유커 등 한류 팬들을 끌어모을 핵심 관광지로 떠오르고,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는 주문까지 하자 지자체와 관광업계도 덩달아 바빠졌다. 태백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강원도 등과 함께 드라마 속 촬영지를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논의 중이다.
강원도 태백시의 '태양의 후예' 촬영지

가상지역인 ‘우루크’의 이국적인 풍광을 담기 위해 촬영장소로 꼽힌 그리스도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우루크의 무대가 된 그리스 ‘자킨토스섬’은 그리스 이오니아제도 남단에 위치한 곳으로, 하얀 모래가 깔린 ‘나바지오해변’이 특히 유명하다. 여행전문업체 모두투어는 “기존 그리스 여행상품을 확대 운영하는 등 태양의 후예와 관련한 상품을 계획 중”이라며 “드라마에 나왔던 자킨토스 지역을 일정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해외 팬들의 국내 유입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