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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마음의 걸림돌

바람아님 2016. 4. 20. 00:15
국민일보 2016.04.19. 17:33

한 사회의 사랑의 온도를 측정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이라고 한다. 물적 복지도 중요하지만 장애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참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신체장애를 마음에 두지 않고 불편과 편견을 이겨내 맑은 영혼으로 멋진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비장애인에게 희망과 도전을 주는 두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시각장애인 앵커, 신체장애인 뮤지컬 배우 등. 제압할 수 없는 절망의 벽을 뚫고 한 땀 한 땀 희망을 짜낸 이들이다.

선진국일수록 장애 기준을 확장 평가해 노인성 장애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장애인 비율이 높다.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장애와 관련된 사람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장애를 지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질병으로 인한 장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지적 장애,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영적 장애 등. 속속들이 알고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불완전한 장애 상태이므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서로 채워주고 품어주고 도와야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모습들이다. 부족한 대로, 아쉬운 대로 서로 보듬고 살아갈 수 있다면 헬렌 켈러나 테레사 수녀가 못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정말 심각한 장애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애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파괴된 영혼에 굳어진 마음으로 매사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사람이 주변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지 보게 된다. 마음의 걸림돌을 치우지 않고는 인간다운 모습을 지니기가 쉽지 않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에 마음을 비추는 일이다. 그 마음으로 주변을 포근하고 부드럽게 돋울 수도 있다.


좋은 일만 겪으며 사랑하기만 해도 삶은 너무 짧고 아쉽기만 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게다가 싸우고 미워하고 담을 쌓고 살다 끝이 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인생이겠나. 서로 품고 보듬지 않으면 마음은 늘 빈 그릇일 텐데, 마지막 순간에 그 마음에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담을 수 있겠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은 바로 너와 나, 우리 모두다.


김세원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