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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에게도 지켜야 할 도(道)가 있다. 감춰진 재물을 알아내는 성(聖), 잘 판단하는 지(知), 앞장서 들어가는 용(勇), 맨 나중에 나오는 의(義), 훔친 걸 골고루 나누는 인(仁)이다. 중국 고전 장자(莊子)에 소개된 내용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등장하는 도척(盜?)이라는 도둑은 도도(盜道)가 없으면 큰 도둑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딱히 훔칠 게 없을 정도로 가난한 선비의 솥 안에 엽전을 놓고 간 도둑 유씨는 인(仁)을 실현한 셈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상에 ‘현대판 유씨’ 이야기가 이따금 전해진다. 지난 2월 중국 북경청년보에 시각장애인 톈펑보(田鳳波)씨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그가 안내견 챠오챠오(喬喬)와 산책할 때 누군가 안내견을 훔쳐 차에 싣고 가버렸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챠오챠오’ 사건으로 불리며 공분을 일으켰다. 이튿날 톈씨 집 앞에서 챠오챠오가 발견됐다. ‘잘못했습니다. 개를 돌려드립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라는 편지와 함께. 도둑이 뒤늦게 안내견을 훔쳤음을 알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이다.
서울 외곽으로 나가 자전거를 탈 때 조심할 게 있다. 갑자기 나타나 달려드는 도사견들이다. 맞서거나 달아나려 속도를 냈다가는 큰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노상에 널어 놓은 벼니 고추니 하는 것을 훔쳐가는 일이 잦아 풀어놓은 개들이다. 얼마 전 경기도 여주에서는 수년간 인삼밭만 털어온 50대 도둑이 붙잡혔다. 그는 최근 4년간 경기도와 충북 일대 인삼밭에서 45차례에 걸쳐 1억8000만원어치의 인삼을 훔쳤다고 한다. 뙤약볕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껏 길러낸 농작물은 농민에게 자식과 같다. 농작물 도둑질은 금전적 손해도 손해지만 농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이다. 솥 안에 엽전을 놓고 오지는 못할망정 솥을 깨버려서야 되겠는가.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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