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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67] 설명의 뇌

바람아님 2016. 5. 17. 07:06

(출처-조선일보 2016.05.1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사피엔스'의 저자 이스라엘 히브리대 유발 하라리 교수에 이어 지난주에는 
'총, 균, 쇠'의 저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방한했다. 
분에 넘치게도 나는 이 두 학자와 연달아 대담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보름여 전 우리나라를 다녀간 하라리 교수는 스스로 '총, 균, 쇠'에서 영감을 얻어 
'사피엔스'를 저술했노라 실토했다. 그래서 나는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물었다. 
많은 학자가 현생인류의 성공 요인을 1만여 년 전에 일어난 농업혁명으로 보는데 그보다 먼저 
약 7만년 전에 '인지 혁명'이 있었다는 하라리 교수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이아몬드 교수는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로 우리 독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의 첫 대중 과학서는 '제3의 침팬지'였다. 
이 매력적인 책에서 그는 일찌감치 언어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 인류는 진화의 역사에서 
'대약진(Great Leap Forward)'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만년 전부터 인류는 정교한 도구를 제작하고 예술을 향유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전부 자음과 모음을 두루 표현할 수 있는 성대를 갖추면서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구조적 진화가 인지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인데, 여기서 두 학자의 주장에 3만년의 격차가 생긴다.

나 역시 십수 년 전 이 문제에 대해 '설명의 뇌(Explaining brain)'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뇌의 진화는 '생존의 뇌' '감정의 뇌' 그리고 '생각의 뇌' 등 대개 세 단계로 나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뇌가 그다음 단계인 '설명의  뇌'로 도약했다고 생각한다. 
내 '설명의 뇌' 이론은 다분히 선언적인 두 학자의 주장에 구체적인 가설이 될 수 있다. 
비록 네안데르탈인보다 덩치도 뇌도 훨씬 작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수천, 수만 명과 공유하면서 소수집단으로 몰려다니던 그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우리의 가장 큰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