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1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피엔스'의 저자 이스라엘 히브리대 유발 하라리 교수에 이어 지난주에는
'총, 균, 쇠'의 저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방한했다.
분에 넘치게도 나는 이 두 학자와 연달아 대담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보름여 전 우리나라를 다녀간 하라리 교수는 스스로 '총, 균, 쇠'에서 영감을 얻어
'사피엔스'를 저술했노라 실토했다. 그래서 나는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물었다.
많은 학자가 현생인류의 성공 요인을 1만여 년 전에 일어난 농업혁명으로 보는데 그보다 먼저
약 7만년 전에 '인지 혁명'이 있었다는 하라리 교수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이아몬드 교수는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로 우리 독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다이아몬드 교수는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로 우리 독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의 첫 대중 과학서는 '제3의 침팬지'였다.
이 매력적인 책에서 그는 일찌감치 언어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 인류는 진화의 역사에서
'대약진(Great Leap Forward)'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만년 전부터 인류는 정교한 도구를 제작하고 예술을 향유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전부 자음과 모음을 두루 표현할 수 있는 성대를 갖추면서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구조적 진화가 인지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인데, 여기서 두 학자의 주장에 3만년의 격차가 생긴다.
나 역시 십수 년 전 이 문제에 대해 '설명의 뇌(Explaining brain)'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나 역시 십수 년 전 이 문제에 대해 '설명의 뇌(Explaining brain)'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뇌의 진화는 '생존의 뇌' '감정의 뇌' 그리고 '생각의 뇌' 등 대개 세 단계로 나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뇌가 그다음 단계인 '설명의 뇌'로 도약했다고 생각한다.
내 '설명의 뇌' 이론은 다분히 선언적인 두 학자의 주장에 구체적인 가설이 될 수 있다.
비록 네안데르탈인보다 덩치도 뇌도 훨씬 작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수천, 수만 명과 공유하면서 소수집단으로 몰려다니던 그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우리의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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