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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65] 일주일을 하루처럼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바람아님 2016. 5. 3. 07:20

(출처-조선닷컴 2016.05.03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오늘로 이 칼럼이 365회를 맞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게재했으니 365주 동안 글을 쓴 셈이다. 
기껏해야 1000자 안팎의 짧은 글이었지만 매주 한 수씩 쓰려면 일주일 내내 글감을 생각하며 
살아야 했다. 글쓰기를 여간 좋아하지 않고는 진정 견뎌내기 힘든 스트레스였다.

이 칼럼은 대한민국 언론 사상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규태 코너'를 물려받은 것이다. 
이규태 선생님은 1983년 3월부터 2006년 2월 23일까지 23년 동안 무려 6702회에 걸쳐 글을 쓰셨다. 
일요일과 몇몇 공휴일을 제외하곤 매일 쓰셨다. 
지금은 나를 비롯해 조용헌, 정민, 김대식 등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하루씩 담당하고 있다.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쓰기도 이렇게 지난한데 선생님은 도대체 어떻게 매일 쓰셨을까? 
오후 중반으로 접어들며 마감 시간은 재깍재깍 옥여 죄어오는데 아직 무엇에 대해 쓸지조차 정하지 못한 날에는 
정말 죽고 싶으셨다는 얘기를 풍문에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나도 신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언 20년이 되었다. 
1996년 한겨레신문에 다윈의학 관련 연재를 시작으로 중앙, 동아, 한국, 문화, 서울 그리고 교수신문 등에 시론이나 
서평을 써왔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줄기차게 이어온 데에는 나만의 비결이 하나 있다. 
간단명료하게 답하면 '미리 쓴다'가 내 비결이다. 
이 칼럼은 화요일인데 나는 늦어도 일요일 오후에는 담당 기자에게 원고를 보낸다. 
대개 목요일쯤에는 초고를 마치고 그때부터 일요일까지 틈날 때마다 다시 꺼내 큰 소리로 읽으며 
어딘지 숨쉬기 불편한 곳이 있으면 거짓말 조금 보태어 줄잡아 50번은 고쳐 쓴다.

글은 자식보다 더 끔찍하다. 
아무리 귀하게 키운 자식이라도 허구한 날 아무개의 자식이라고 가슴팍에 써 붙이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은 언제나 내 이름 석 자를 이마에 새기고 다닌다. 내가 떠난 후에도. 
나는 결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치열하게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