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4.28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집트의 피라미드.
완성하는 데 70만명이 동원되었다는 진시황의 묘지.
자신이 착공한 건물에 '트럼프 타워'라는 이름을 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려는 인간의 욕망이다.
왜 우리는 기억되고 싶은 것일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삶과 죽음은 결국 우리 몸속의 이기적인
유전자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란다.
하지만 아무리 이기적인 유전자가 우리의 행동을 좌우한다 하더라도 '이기적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내 몸이 사라지고 나의 이름이 남는다 한들, 그것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일까?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우선 이름을 남기려는 욕망은 단순한 인지적인 버그(bug)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유전의 보존을 위해선 몸을 보존해야 하고, 몸을 보존하려다 보니 몸을 통해 만들어지는 행동과 명성,
그리고 이름까지 보존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성향이 만들어진 것이다.
반대로 이름을 남기려는 욕망은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나의 유전을 가장 성공적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까?
최고의 파트너를 찾아 많은 아이를 가지면 되겠다. 최고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선 대부분 내가 성공해야 한다.
육체적·정치적·예술적·경제적 성공은 나를 유명하게 하고, 우리는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오래 기억된 이름을 가진 자의 유전 역시 오래 보존된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남성 중 무려 8% 정도가 칭기즈칸의 후손일 수 있다니 말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에 남겨지는 우리의 생각과 기록들.
인간의 기억력과는 달리, 인터넷에선 잊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면 진시황제가 원하던 영원한 명성을 이미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 시대에는 우리 모두 나만을 위한 피라미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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