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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63] 지진과 화산

바람아님 2016. 4. 19. 07:10

(출처-조선일보 2016.04.19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일본 열도가 또다시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4월 14일 저녁 구마모토현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16일 새벽 또다시 규모 7.3의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는 6.9에 불과했지만, 무려 64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1995년 고베 지진과 흡사하게 
이번 지진도 규모에 비해 피해가 크다. 이유는 둘 다 진원이 지하 10~15㎞에 지나지 않은 
'얕은 지진'이기 때문이란다. 지표면에 가까운 활단층(活斷層)이 엇가는 바람에 중요 문화재인 
구마모토성을 비롯해 수많은 건물이 붕괴하며 피해가 커졌다.

지진과 더불어 인근에 있는 활화산 아소산도 분화를 시작해 연기가 100m 상공까지 치솟았단다. 
지진이 언제나 화산 분화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둘은 종종 함께 일어난다. 
지진이 원래 지질 구조판의 움직임으로 인해 일어나는 법인데 화산도 대체로 지질 구조판의 경계를 따라 분포하기 때문이다. 
마그마가 이동하며 발생하는 압력이 암반을 밀어올리거나 틈새를 비집고 용솟음치는 게 다름 아닌 화산 작용이다.

북한의 지진 전문가들이 미국과 영국의 연구자들과 함께 백두산 아래 5~10㎞ 인근에 1256㎢ 면적의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양의 마그마다. 
연구진은 백두산 근방에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각각 세로와 가로로 진동하는 P파와 S파를 측정했는데 천지에 가까워질수록 
S파 값이 작아지는 걸 발견했다. 이는 백두산 천지 인근에 용융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물리적 증거다.

북한의 지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는 백두산에서 116㎞나 떨어져 있어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 지진의 
규모가 7.0은 돼야 화산 활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만,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닌 듯싶다. 
고려 제3대 임금 정종의 재위 기간인 서기 946년에 일어났던 백두산의 분화는 지난 2000년 동안에 일어난 화산 활동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북한의 불장난이 어떤 재앙을 부를지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