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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역사 사용설명서

바람아님 2016. 5. 22. 17:41

(출처-조선일보 2009.11.14 이한우)

◆ 역사 사용설명서마거릿 맥밀런 지음|권민 옮김|공존|288쪽|1만5000원
*.도서관정보 909-ㅁ388여 , [강서]종합실/  904-ㅁ388ㅇ, [정독]인사자실(2동2층)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내리던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작가 수전 재커비는 

뉴욕의 한 바에서 우연히 두 남자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 한 남자가 말했다. 

"이거 꼭 진주만 같네." 다른 남자가 물었다. "진주만이 뭐야?" 앞에 있던 남자가 답했다. 

"그건 베트남인들이 어느 만(灣)에 폭탄을 떨어뜨린 거지. 그래서 베트남전쟁이 터졌잖아."

저자가 이 일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대인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無知)와 그로 

인한 폐해다. "두 남자가 진주만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그들은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이 

1941년 미국에 가해진 일본의 공격과 같지 않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하나는 테러행위였고 또 하나는 두 나라 간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번역서의 제목은 '사용설명서'라고 가볍게 붙였지만 원서 제목은 니체의 글에서 따온 《The Uses and Abuses of History》, 

역사의 이용과 오용(誤用)이다. 책은 이용보다는 주로 오용에 대한 비판에 집중한다.

저자가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역사는 이로울 수도 있고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역사가 현대와 연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정치적 의도와 연결될 경우에는 왜곡 이상의 위험이 생겨날 수도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1차대전 당시 군대가 장병들을 겁쟁이라는 이유로 처벌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서 그들을 모두 

사면시켜주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비판적이다. 

"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는 일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처형 위협은 군대가 무너져 오합지졸이 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렇게 묻는다. 

"다른 시대에 다른 신념에 따라 행한 일들을 사과한다고 과연 현재 사회에 도움이 될까?" 

캐나다 학자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내 학자가 쓴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그가 던지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우리의 문제이기도 한 때문일 것이다.


기고자:이한우  본문자수:1285   표/그림/사진 유무: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