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국내 무속연구 결과, 이야기는 옛날 북쪽 나라의 다섯 공주가 전쟁을 피해 서울 동부 왕십리 지역으로 피신하면서 시작된다. 공주들은 들장미와 찔레꽃이 만발한 강변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찔레 말고는 먹을 것이 없어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던 끝에 낯선 땅에서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이곳에는 새로운 마을이 들어섰다. 하루는 이 마을 지도자의 꿈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다섯공주가 나타났다. 마을에 변고도 이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사당을 차리고 4월과 10월 한해에 두번 마을굿을 벌였다.
이것이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3호(2005)로 지정된 ‘아기씨당굿’이며 이 굿을 주관하는 사당인 ‘아기씨당’은 성동구 향토유적 제1호(2001)다. 사당은 원래 왕십리 쪽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철도역사와 일본인들의 주거지역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행당동 자리로 밀려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아기씨당’이 소장하고 있는 무신도는 총 22점으로 이 사당의 주신인 아기씨와 다양한 무속신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무신도는 시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지정 심의를 받았으나 현재 보류된 상태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아기씨당 무신도’가 의미는 있으나 먼저 서울 전역에 흩어져있는 무신도를 전수 조사하자는 입장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무신도 문화재 지정의 기준을 세워 ‘아기씨당 무신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시문화재위, 지정 앞서 서울의 무신도 전수조사하기로
서울시는 무신도 종합전수조사를 위한 학술용역을 발주해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조사대상으로 꼽고 있는 서울에 있는 무신도는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300점가량이다. 서울의 신당과 무신도 전수조사는 1996년 서울민속대관 발간 작업을 마지막으로 개인 차원의 연구만 산발적으로 진행돼왔다.
아기씨당 무신도는 조성 연대는 불확실하지만 이를 봉안해온 당주가 7대에 달해 최소 200년 이상이다. 사당이 세워진 것은 400년이 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려면 보수작업과 약품처리 등이 필요한데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김재태 행당동아기씨당보존회 총무는 “아기씨 무신도의 색바램과 얼룩이 심해지고 일부는 찢겨진 상태”라며 “보존에 드는 비용도 수천만원이라 개인이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어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신도는 전승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어 오래된 것을 찾기 쉽지않다. 대부분 무당이 죽으면 그 사당의 무신도도 함께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아기씨당 무신도가 가치를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농촌이 아닌 도시지역의 사당과 무신도가 드물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무속연구의 권위자였던 고 김태곤 경희대 교수도 아기씨당 무신도의 문화재 지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속전문가인 홍태한 중앙대 교수는 2014년 작성한 의견서에서 “서울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여러 신령을 도상화한 것으로 민속학적, 미술사학적, 무속학적 가치가 있다”며 “아기씨당굿은 서울시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무신도는 인정을 받지 못해 자칫 훼손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김재태 총무는 “최선을 다해 무신도를 보존하고 있지만 갈수록 상태가 심각해져 시간을 다투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 문화재로 지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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