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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내 인생 가장 소중했던 사흘..너의 엄마였던 날들

바람아님 2016. 5. 25. 23:47
세계일보 2016.05.25. 13:59

사흘. 베키 윌슨(26)이 엄마로 지낸 시간이다. 태어난 아들은 16시간 만에 죽었다. 시신을 옆에 두고 하루를 보냈다. 그에게 사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날이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잉글랜드 스톡포트에 사는 베키는 임신 15주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아기가 태어나도 오래 못 가 죽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임신 25주쯤 베키에게 낙태를 권유했다. 곧 세상을 떠날 아기라서 뱃속에서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베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기를 낳겠다며 버텼다. 하루라도 엄마가 되고 싶었다. 태동이 느껴지면서 베키의 의지는 굳어갔다.



베키는 “의사들은 유산 가능성이 있다면서 낙태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기가 태어나도 기형일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태동을 느낀 순간, 낙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베키는 아들 카터-제임스를 낳았다. 예상대로 카터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산소 치료까지 받았다. 몸 상태를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치료에 순응하던 카터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결국 카터는 태어난 지 16시간 만에 하늘의 천사가 됐다.

병원은 베키 가족에게 ‘cuddle cot’을 제공했다. 의학장비의 하나로 아기 시신을 뉘일 수 있는 냉장 침대다. 부모와 함께 머물 수 있는 도구다. 덕분에 시신은 곧바로 안치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

베키는 카터 시신을 옆에 하루 동안 더 둘 수 있었다. 그는 시신을 씻겼으며, 옷도 입혔다.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쳐다봤다. 여타 부모와 다를 게 없었다. 그렇게 사흘을 베키는 엄마로서 보냈다.



사흘은 베키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 엄마로서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비록 아들을 보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됐다. 그는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베키는 전반적으로 냉장 침대 보급률이 낮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더라도 아기를 옆에 둘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베키는 같은 병원의 어느 가족이 사산한 뒤, 냉장 침대가 없어 아기를 옆에 두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베키의 가족은 모금 캠페인을 벌일 생각이다. 충분한 돈을 모으면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냉장 침대를 보급할 수 있도록 지역 병원에 돈을 전달할 계획이다.

김동환 기자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