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이옥 등 일곱 선비의 격조 높은 문장을 맛보다 (출처-조선일보 2016.05.28 유석재 기자)
"마음에 조바심과 망령됨을 갖지 말자! 오래 지나면 꽃이 피리라. 입에 비루하고 속된 것을 올리지 말자! 오래 지나면 향기가 피어나리라." 조선 정조 때 문인이었던 이덕무가 자기 집 문설주에 써놓은 글을 보면 단아하고 고고한 필자의 심성이 느껴진다. 다른 글에서 그는 "옛것에 뜻을 두어 물정에 어둡다. 산림과 문장, 도학에 관한 말을 듣기 좋아할 뿐"이라고 썼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려는 고독한 도시인의 그림자가 18세기에 이미 이덕무에게서 나타났다고. SNS에서 볼 수 있는 촌철살인의 짧은 글들은 오래전에도 있었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고전 산문 가운데 허균, 이용휴, 박지원, 박제가, 이옥, 정약용 등 일곱 선비에게서 깔끔하고 격조 높게 일상을 담아낸 문장을 뽑아낸 선집(選集)이다. 다만 문장가들을 지금의 파워블로거로 비유한 것과 원문을 수록하지 않은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
고품격 글쓰기 노하우… 쉽고 짧게 팩트를 담아라 (출처-조선일보 2016.05.28 허윤희 기자)
"어이, 당신 글에서 '의'자와 '것'자를 좀 빼보지?" 3년 차 기자에게 팀장이 지시를 내렸다. 200자 원고지 5장도 안 되는 기사이니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그 두 글자를 빼는데 6시간이 걸렸다. 두 글자를 삭제하려면 문장 구조는 물론 글 전체를 뒤집어야 했다. 글쓰기라는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또 재미있는 일인지 알게 된 날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24년 차 기자인 저자가 조선일보 저널리즘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강연을 토대로 '고품격 글쓰기' 노하우를 소개했다. 글쓰기 원칙은 크게 3가지. ①쉽게 쓰고(말과 글을 분리하지 말고 입말을 써라) ②문장은 짧아야 하며(복잡하지 않아서 문법이 틀릴 일도 없고 읽을 때 속도감이 생긴다) ③주장이 아닌 팩트를 담아야 한다(생각이나 느낌만 쓴 글은 힘이 없다). 실제 수강에서 과제로 진행했던 글들의 첨삭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꼼꼼히 읽고 원칙만 곱씹으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날릴 수 있겠다. |
"기침으로 방귀를 감춰라" 에라스무스의 방귀 은폐술 (출처-조선일보 2016.05.28 어수웅 기자)
서민아 옮김|스윙밴드|352쪽|1만5000원 '우신예찬'으로 이름난 르네상스 인문학자 에라스무스(1466 추정~1536)는 방귀 은폐술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가 쓴 '소년을 위한 예절 지침서'(1530) 한 대목. "기침으로 방귀를 감출 것". 엉덩이를 꽉 조이라는 기존의 충고는 소년의 신체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아치볼드의 유머와 실용을 겸비한 옛 책 활용법. 예일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젊은 여성은 무용(無用)이 아니라, 유용(有用)으로 옛 책의 존재 의미를 발랄하게 주장한다. 1538년 리옹에서 출간된 '무도회 규칙'은 부추·양파 절대 금지를 내세우며 '무도회에서 여자에게 잘 보이는 법'을 알려주고, 1777년 런던에서 나온 '완벽한 해충 박멸법'은 침대 프레임 구석구석에 장착한 화약과 그 연기로 '침대 속 벼룩 죽이는 법'을 제안한다. 원제 Ask the past. Pertinent(적절한) and Impertinent Advice from Yester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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