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르포 한 편을 보았다. ‘남자, 혼자 죽다; 무연고 사망자 83인의 기록’이라는 제목이었다. 서울에서만 한 해 평균 280명가량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 여섯 명이 그들 중 83명을 간추려 조사했는데 남자가 77명, 여자가 6명이었다. 그들 중 다시 7명의 남자를 선정해 생전의 삶을 추적 취재했다. 그러면서 의문을 품었다. 남자는 왜 혼자 죽는가. 공동 저자 중 한 명이 메일을 보내와 질문을 내게 건넸다.
진화심리학적 요인도 있을 것이다. 남자의 내면에는 해가 뜨면 집 밖으로 나가 사냥하거나 경쟁해온 유전자가 수천 년 동안 형성돼 왔다. 오늘날에도 남자는 일터든 공원이든 커피전문점이든 낮 동안 집 밖에 머무르려 한다. 그곳에서 장기를 두거나 논쟁하면서 “나는 황야에서 죽을 것이다”고 외치는 유전자 속 야생성을 다스린다. 일터를 잃거나 가장 역할을 상실한 후 산속에 들어가 나 홀로 수렵시대를 사는 남자들도 텔레비전에 자주 소개된다.
죽음의 순간뿐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도 남자는 대체로 혼자라고 느낀다. 모든 타인을 경쟁자로 여기는 유전자 속 본능의 속삭임이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