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재판받은 충청 지역 학생은 모두 33명, 그중 공주사대 출신은 7명이었다. 재판정에는 어머니가 둘째 동생과 함께 와 있었다. 동생이 내게 다가오려다 헌병에게 잡혀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큰아들은 오랏줄에 묶여 재판을 받고 둘째 아들은 잡혀 나가니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그날 이후 어머니는 심장이 뛰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병을 얻으셨다.” 출판평론가 한기호의 책 『나는 어머니와 산다』의 내용이다. 위 서술 앞에는 함께 운동했던 대학 후배의 자살이, 뒤에는 함께 수감됐던 동기의 간암 사망이 기록돼 있다. 두 사람 모두 현직 교사였다. 글을 읽으면 그들의 죽음이 수감 경험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끔 궁금했다. 왜 그들은 말하지 않을까. 80년대를 통과하며 특별한 삶의 궤적을 그려온 선후배, 동기, 지인이 많이 있다. 그들은 후일담을 경멸하듯, 혹은 두려워하듯 그 기억들을 억누른 채 살아간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당사자의 삶을 공격하는 게 보이는데도, 좌절을 말한다고 해서 그들의 승리가 훼손되는 게 아닐 텐데도. 한기호의 책을 읽는 도중 가끔 눈물이 났다. “생사의 자리가 이리도 간결한 것을 무던히 애쓰면서 살아온” 그 삶들에 공감해서만은 아니었다. 흠집 없이 빛나기를 바라는 역사 뒤편에 엄연히 존재하는 개인의 고통에 대해 들려주기 때문이었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