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유산 싸움이라는 행위에는 심리적 함의가 많다고 느껴왔다. 성장기에 부모의 지원을 충분히 받았을 텐데, 부모의 재산 형성에 노력을 보탠 일도 없을 텐데 유산의 소유권을 의심 없이 주장하는 태도부터 그랬다. 그것은 유아기 태도와 흡사해 보였다. 아기들은 부모의 사랑을 당연히 받아야 할 것으로 여기고 보살핌이 부족하면 떼쓰는 것이 허용된다. 유산 분쟁에서 형제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광경도 이상했다. 그것은 아동기 모습 같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길이 누구에게 더 오래 머무는지, 눈길의 온기가 어떻게 다른지 감지한다. 경쟁심의 뿌리가 거기 있어 성인이 된 후에도 아파트 평수나 자동차 배기량을 비교한다. 유산 분쟁은 형제들이 평생 경험해 온 경쟁심의 연장된 형태로 보였다.
심리적으로 우리는 어느 교육 기관에서 배우는 것보다 많은 것을 부모의 죽음에서 배운다고 한다. 부모가 세상을 뜨는 순간 무의식 깊은 곳에 있던 의존성·욕망·시기심 등 모든 감정이 방향을 잃는다. 힘들게 부모를 떠나보내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는 분리, 개별화 단계로 나아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부모 유산을 균등하게 나눈 저 중년 남자는 새롭게 보인다. 그는 부모와의 분리, 개별화 과정을 잘 이행한 성숙한 개인이었던 셈이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