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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87] 사막여우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바람아님 2016. 10. 4. 07:47

(조선일보 2016.10.04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오닉스처럼 영롱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동그란 검은 눈, 
잘못 안으면 아스러질 듯한 가녀린 몸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온 얼굴을 가리고도 남을 커다란 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동물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막여우라고 답할 것이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도 나랑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막여우를 
처음 만났을 때 어린 왕자의 첫마디가 바로 "넌 누구야? 참 예쁘게 생겼구나"였지 않은가.

날지 못하는 새 펭귄이 비행사 헬멧과 두툼한 안경을 끼고 기어코 날겠다며 좌충우돌 뒤뚱거리는 모습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어린이가 열광하는 '뽀로로'의 친구 '에디'가 다름 아닌 사막여우다. 
1998년 프랑스 TV에서 26회에 걸쳐 방영한 만화영화 '페넥(Fennec)'의 주인공도, 
디즈니 영화 '주토피아'의 '피니크(Finnick)'도 모두 사막여우다. 
사막여우의 큰 귀는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도 하지만 모래 속 작은 동물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다. 
그래서일까? 제2차 세계대전 때 북아프리카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독일 최고의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에르빈 로멜 장군의 별명 역시 '사막여우'였다.

'어린 왕자'를 세심히 읽어보면 작가의 속마음을 전달하는 존재는 사실 어린 왕자가 아니라 사막여우라는 걸 알게 된다. 
사막여우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라서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 정확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17마리 중 겨우 살아남은 5마리를 

국립생태원이 인수해 정성으로 보살폈더니 최근 새끼 두 마리가 태어나는 경사가 일어났다. 


'어린 왕자'의 사막여우는 말한다. 

"내게서 좀 떨어져 앉아 있어…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질곡의 세월을 벗어나 마침내 보금자리를 찾은 국립생태원의 사막여우들. 
마음으로 보는 그 굴곡진 삶은 한없이 애틋하지만, 눈에 보이는 그들은 그저 더할 수 없이 예쁜 에디들이다.




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글 .그림 

최복현/ 책이있는마을/ 2009/ 315 p 

863-ㅅ194오/ 어문학족보실서고

(직원에게 신청)


어린왕자

(그 영원한 세계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총연구)

김요섭 책임편집/ 동화문학사/ 1991/ 200p

863.09-ㄱ849ㅇ/ 

[정독]어문학족보실서고(직원에게 신청)




[동물 이야기] 열기 내보내는 큰 귀로 땅속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 2016.10.20 김종민 국립생태원 생태조사평가본부장)


[사막여우] 

최근 국립생태원서 새끼 두 마리 탄생


사막여우는 유난히 큰 귀로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어 체온을 조절해요.

▲ 사막여우는 유난히 큰 귀로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몸 밖으로 

내보내어 체온을 조절해요. /Flickr


지난 7월 국립생태원에서 보호하던 사막여우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어요. 

2014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국내로 밀수입되었다 발견된 사막여우 17마리 중 

12마리가 병이 들어 죽었고, 살아남은 5마리를 국립생태원에서 보호해왔답니다. 

이 중 한 마리가 기특하게 새끼를 낳은 것이죠.


사막여우의 새끼들은 털 없이 태어나는데 몇 달 사이에 곧 어른 여우로 자라요. 

태어난 지 8~11일이 지나면 눈을 뜨고 생후 2주 전후로 이빨이 자라나고 걷기 

시작합니다. 생후 3주가 지나면 고기를 먹기 시작하고요. 국립생태원에서 태어난 

새끼 여우들도 어느덧 어른스러운 모습을 갖추어 이달 초부터 다른 사막여우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답니다.


사막여우의 정식 이름은 '페넥여우'예요. 주로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 사는데 

드물게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사막 지역에 살기도 한답니다. 

귀가 아주 크고 덩치는 자그마한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인기 만화 '뽀로로'의 친구 '에디'도 사막여우를 쏙 닮았답니다.


사막여우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몸을 사리고 밤이 되면 사막을 돌아다니며 쥐와 도마뱀을 사냥해 잡아먹어요. 

큰 귀로 땅속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땅을 파헤쳐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지요.


사막여우의 귀는 사하라사막의 무더운 더위를 덜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털이 적은 귀를 통해 몸 안의 열기를 내보낼 수 있어요.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분당 23번 쉬던 숨을 분당 690번으로 개보다 더 격렬하게 헐떡이며 

쉴 새 없이 몸 밖으로 열을 내보기도 해요.


사막여우는 여우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작답니다. 큰 귀만큼 통통하고 길쭉한 꼬리도 아주 매력적이지요. 

사막을 달릴 때에는 꼬리를 몸 뒤로 쭉 뻗어 다리에 걸리지 않게 해요. 

사막을 잽싸게 달리다 모랫바닥에 발이 푹 꺼져도 기다란 꼬리로 균형을 잡아 잘 넘어지지 않지요.


사막에서는 하이에나나 자칼들이 사막여우를 공격해요. 

수리부엉이가 덩치가 더 작은 새끼 여우를 사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막여우는 보통 가족끼리 무리를 지어 살며 서로를 보호해요. 

부드러운 사막의 모래 속에 굴을 파고 그 안에 몸을 숨기며 살아가지요.


짝짓기를 하고 새끼 여우가 태어날 때쯤이 되면 사막여우들은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사나워져요. 

암컷 여우가 새끼들을 돌보는 동안 수컷 여우는 홀로 사냥을 해 가족들을 보살핀답니다.


사막여우가 오랜 세월 동안 사하라사막을 지킨 것은 그나마 사막이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에요. 

하이에나와 자칼들이 있지만 사막에서는 밀림의 수많은 맹수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사막여우는 오랜 세월 사막에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물이 없이도 살 수 있게 진화했어요.


하지만 20세기부터 사막여우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 탓에 사막여우를 애완용으로 붙잡아 오거나 사막여우의 털을 옷으로 만들기 위해 사냥하는 일이 

계속되었기 때문이죠. 현재 사막여우는 자칫 멸종 위기종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어요. 

아무리 사막여우가 귀엽더라도 불법으로 사막여우를 밀수입해 집에서 키우는 일은 없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