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정서와 정신 형성에 부모의 양육방식이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마음을 돌보는 이들이 회복 과정에서 만나는 중요한 지점도 그곳이다.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개인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르다. “다 지난 일을 이제 와서…”라며 회피하는 유형이 있다. 부모와 대화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입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막상 이야기하더라도 내면의 격랑과는 달리 온순한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도 있다. 폭력이 섞인 사랑이라도 여전히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간혹, 부모가 준 폭력만큼 분노를 돌려주면서 왜 그랬는지 묻는 자녀도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반응이 아니라 당사자의 내면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알아차리게 되는 더 깊은 마음이다.
자녀에게 사과한다고 부모가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가 미안하다고 말해 주지 않으면 자녀는 오래도록 심리적 죽음 상태에 머문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