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여자를 추구하는 것을 생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여기는 남자가 있다. 그들은 섹스할 때만 살아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맛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무의식은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불안이나 분노를 섹스를 통해 푸는 경우, 섹스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길이라 여기는 경우, 아내에게 패권을 잃고 복수의 방법으로 외도하는 경우, 어렵게 손에 넣은 권력을 마음껏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등. 거기에 덧붙일 중요한 심리 한 가지는 그가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장난감을 손에 넣을 때까지 떼쓰는 아이처럼, 어떤 요구든 세상이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무의식에 지배당한다. 욕구 좌절의 유년기에 고착된 마음이다.
부당한 것을 요구하는 남자도, 거절하지 못하는 여자도 맹점이 시작되는 곳은 유년기다. 그들은 세상이 따뜻하고 온정 넘치기를, 타인이 좋은 것을 주기를 기대한다. 가끔 후배 여성에게 말해 준다. “무언가를 주겠다면서 접근하는 사람은 그만 한 것을 요구하는 속맘이 있어. 네가 젊은 여자라면 그것은 성(性)이야.”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