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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시진핑 '한반도서 승부' 코스로 간다

바람아님 2017. 1. 4. 07:23
(조선일보 2017.01.04)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까지 도달하는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했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달 미 정보기관에 요청해서 처음으로 받은 기밀 브리핑이 
북핵 문제였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의 최측근이 지난달 말 방한, 이병호 국정원장을 극비리에 만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의 관측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로 다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돈과 부를 앗아가고 있는데 북한 문제는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는 중국을 압박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그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기에 나온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공산당 기관지 기고문은 이런 트럼프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왕 부장은 '미·중 관계가 불확실한 요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글에서 "핵 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사드 반대를 올해 핵심 외교방침 중의 하나로 밝힌 것이다. 
"양국 간 서로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만, 오랫동안 안정적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사드 배치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협력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사드에 반대하는 한국 야당 의원들을 오늘 베이징으로 받아들이며 사드 반대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인데도 미·중 양국이 연초부터 한반도 문제를 놓고 서로에게 경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두 스트롱맨(strongman)이 패권 다툼을 한반도에서 시작할 것 같은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가 대만과 가까워지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면 시진핑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우리는 미·중 양국 갈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국가 리더십 부재와 신정부 초기 혼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 안보의 중추는 한·미 동맹일 수밖에 없다. 이 기초가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미 동맹의 바탕 위에 한·중 관계의 지혜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방법으로 중국과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아베 일본 총리의 정책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대한민국이 미·중 간 갈등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론이 하나로 모여야 하고 그 국론을 바탕으로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우리 정치권이 이 문제에서만큼은 무겁고 신중하게 대응해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