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시론>內戰이 닥치고 있다/<포럼>촛불 정체성과 주도세력의 사드 반대

바람아님 2017. 2. 8. 23:45

<시론>內戰이 닥치고 있다

문화일보 2017.02.08 12:00


탄핵 찬반을 둘러싼 국론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찬탄’ ‘반탄’ 집회는 단순한 의사 표현 단계를 넘어 이미 실력 행사 수단으로 변질됐다. 70여 년 전 해방 공간에서 신탁통치를 두고 좌우가 맞붙었던 ‘찬탁’ ‘반탁’ 대결과 흡사하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때까지만 해도 촛불 시위는 압도적이었고, 태극기 시위는 미미했다. 지금은 태극기 쪽의 세가 크게 불어 ‘물리적’으로 겨룰 정도가 됐다.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 같은 전문가 그룹이 가세하면서 나름의 논리와 법리까지 완비했다.


양측 분위기를 보면 지금까지의 여야 또는 보수·진보 충돌과 확연히 다르다. 우선, 촛불에는 저주와 살기가 넘친다. 단두대 앞에는 박근혜 대통령 흉상과 대기업 로고가 오랏줄에 묶여 있다. 여성 대통령의 누드화가 국회에서 버젓이 전시됐다. 사회주의, 혁명정권, 이석기 석방 구호가 난무하고 ‘중고생 혁명지도부’도 있다. 주도 단체는 반미(反美) 성향을 숨기지도 않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촛불 혁명의 명령’이라면서 ‘국가 대청소’를 외치고, 시민사회도 참여하는 사회개혁기구를 제안했다. 촛불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 위에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정권 교체는 야당의 집권이 아니라 ‘민중의 집권’이다. 그런데도 보수는 지리멸렬 상태여서 좌파 포퓰리즘은 물론 ‘다수 독재’나 인민 민주주의도 가능하다.


태극기 집회가 점차 커지는 것은 이런 불안이 보수 세력 전반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잘못이 있더라도 탄핵받을 정도는 아니며, 그 절차와 제도에도 허점이 많다는 논리로 무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처럼 주류 언론까지도 좌경화돼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세력의 두 축은 ‘안보 보수’와 ‘교회 보수’다. 이들은 탄핵 반대를 넘어 ‘좌파 집권 망국론’을 펼치고 있다. 수혜층임에도 공적 헌신에는 관심 없는 ‘얌체 보수’는 슬그머니 사보타주에 나설 것이다. 사업을 접거나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소비는 가급적 해외에서 한다. 비난받아 마땅하나 현실은 현실이다.


탄핵과 관련된 시나리오는 3가지다. 첫째, 3월 13일을 전후해 ‘탄핵’이 인용될 경우다.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불기소 특권이 사라지면서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 여기에 ‘60일 이내 대선’이 겹친다. 대청소 대상인 권력기관과 대기업, 많은 지도층, 가진 자들은 불안감을 갖는다. 보수 결집과 지역·세대 갈등 증폭 등으로 정치 지형도 급변할 것이다. 둘째, 기각될 경우다. 문 전 대표는 이미 “기각 땐 혁명”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조기(早期) 대선 기정사실화는 촛불 집회보다 훨씬 심각한 헌재 압박이다. 셋째, 탄핵 여부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다. 개학을 맞은 대학가와 노동계 춘투 등이 야권과 결합하고, 한편으로는 시간을 번 보수세력이 재결집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대란이다.


지금까지의 헌재 심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확실한 증거와 직접 경험에 기초한 증언에 충실하고, 언론 보도나 논란이 있는 자료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처음엔 압도적 여론 때문에 탄핵 결정이 기정사실처럼 보였으나, 이젠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양측은 유사시 불복을 위한 근거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어느 재판관은 탄핵 반대를 굳혔다거나, 반대로 어느 재판관은 야권으로부터 집권 시 모종의 자리를 내락받았다는 마타도어까지 돌고 있다.


정치적 내전은 이미 닥치고 있다. 양측 모두에게 큰 상처를 주고 후유증도 오래갈 것이다. 심각한 세대 간 불화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유와 번영의 공든 탑을 쌓아 올리는 데 70년이 걸렸지만, 허무는 데는 5년이면 충분할 것이다. 궁즉통(窮則通)의 길은 있다.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지만, 지난해 국회 탄핵소추 이전에 시도됐던 정치적 대타협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합의된 적절한 시기에 박 대통령이 하야하며, 헌재는 탄핵 가부를 심판하지 않음으로써 대란을 막는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는 계속하되, 국가원수로서 예우하고 다음 정부에서 국민 여론을 고려해 사면한다. 개헌도 가능하다.


물론 이미 탄핵소추까지 당한 박 대통령이나, 대선 승리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문 전 대표의 입장만 생각하면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애국적 지도자라면 뜬구름 같은 대연정보다 내란을 피할 대타협을 우선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포럼>촛불 정체성과 주도세력의 사드 반대

문화일보 2017.02.08 11:55
주말마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지난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사드(THAAD) 배치 반대까지 주장했다. 이들은 ‘1000만 촛불민심의 요구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단다. 하지만 국민이 촛불을 든 이유는 현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기 위함이지, 자위권 포기를 용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취지를 벗어난 처사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50% 이상인 것은 국민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민심을 왜곡하는 행동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임이 분명하다. 퇴진행동의 아전인수식 주장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북한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퇴진행동 측은 지난달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현 정부의 최대 적폐’로 규정하고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사드 배치 반대’운동을 실제 행동에 옮겼다. 이중 일부 단체는 이전에도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해 반미(反美)투쟁을 정당화해 왔다. 사실, 북한이 반미 투쟁 구호로 ‘평화·민족·자주’ 등을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퇴진행동의 언행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며,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촛불집회의 구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민중혁명을 부추기는 구호들도 슬그머니 민심의 뒤로 숨어들었다. ‘사회주의가 답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부정하는 ‘통진당 해산 무효’,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 등과 같은 구호가 대표적이다. 이런 구호들은 민심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 반대의 이면에도 촛불 민심에 스며든 불순한 행동이 숨어들어 안보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촛불이 광장에 등장한 이후 북한 통일전선부의 난수방송이 이어지면서 촛불 뒤에 숨어 민심을 왜곡하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촛불 민심을 빙자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전체주의 북한의 폭력성에 눈 감는 일이며, 날로 북한의 핵무력이 강화되고 고도화하는 현실에서 한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을 외면하는 것이다. 지난해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며, 이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사드 배치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특히, ‘핵을 앞세워 남한을 흡수통일’ 하려는 북한의 저의를 모른 체하고 자강(自强)의 길을 포기하는 것과 진배없으며, 스스로 종북(從北)의 노선을 걷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사드 배치의 근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즉, 북핵 문제가 없었다면 사드 문제도 애초에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은 퇴진행동 측이 선택하지 말았어야 하는 주제다.


탄핵 정국의 후폭풍은 모든 분야에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직접 북핵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의 안보 현실은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안보 위기 상황에서 안보 동맹국인 한·미 양국이 공동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첫 방문국으로 선택한 것은 굳건한 한·미 동맹 체제를 기반으로 북핵을 미국의 최우선 안보 위협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사드 배치는 자강과 한·미 동맹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국론 분열과 민심 왜곡은 자멸 행위라는 점에서 촛불집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