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 행동에 관한 강연을 할 때마다 청중에게 한 가지만 약속해 달라고 호소한다. 앞으로 돌고래를 전시하는 수족관에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그래서 그 수족관들이 망하면 내가 그곳에 있는 돌고래를 모두 바다에 풀어주겠노라고. 나는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13년 7월 18일 제돌이를 제주 김녕 앞바다에 풀어주는 데 성공했다. 나는 죽기 전에 이 세상 수족관에 있는 모든 돌고래를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바다로 돌려보내는 과업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얼마 전 울산 남구청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온 야생 돌고래가 폐사하는 바람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관련 정부 부처, 그리고 핫핑크돌핀스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 관련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전국의 돌고래 사육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이참에 동물 행동학자로서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사육 조건을 알려 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첫째, 수조의 크기는 최소한 직경 20~30㎞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 돌고래는 하루에 줄잡아 100㎞ 이상을 유영하는 동물이다.
둘째, 수조의 벽은 '재반사 초음파'를 흡수할 수 있는 최첨단 재질로 축조해야 한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내보내고 그것이 반사되는 것을 감지해 물체를 인식하고 대화도 나눈다. 수조에 갇힌 돌고래는 하루 종일 초음파가 사방 벽에 연쇄적으로 부딪혀 돌아오는 소음에 시달린다.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 중의 하나인 '이명'을 수족관의 모든 돌고래가 겪으며 산다.
셋째, 감금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심리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해파리나 금붕어는 자기가 사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고 도구도 사용할 줄 아는 돌고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류돼 있다는 걸 분명히 안다. 야생에서 족히 50년을 사는 돌고래는 언제 포획됐느냐에 따라 잘못하면 수십 년을 '빠삐용'이나 '만델라'로 살아야 한다. 누가 우리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했단 말인가? 돌고래를 가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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