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2.12 주경철 서울대교수·서양근대사)
파자마는 원래 인도와 페르시아 지방에서 남녀 모두 즐겨 입던 옷으로서, 허리에 졸라매는 끈이 있는 가볍고 느슨한 바지였다. 영어의 파자마(pajama) 혹은 불어의 피자마(pyjama)라는 단어는 페르시아어로 하의를 뜻하는 '파이자마'에서 유래했다. 이 의상은 일찍이 17세기에 편안한 실내복으로서 영국에 들어온 적이 있지만 이때에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고 곧 사라져 버렸다.
유럽인들이 다시 이 의상을 입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이후의 일이다. 아마도 인도에 나가 있던 포르투갈인들이 현지의 무슬림들을 따라서 파자마를 입기 시작했고, 영국인들이 포르투갈인들을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파자마를 잠옷으로 사용한 것은 1870년 경부터이다. 인도에서 식민지 관리로 일하던 사람들이 귀국할 때 이 옷을 가지고 들어와서 입은 것이 유행을 타게 된 것이다. 이때 파자마는 바지와 상의 한 세트로 구성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파자마는 유럽에서 중국으로 역수출되었다. 서구 문화의 수용에 민감한 상하이 시민들이 파자마를 입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부유층 시민들은 파자마나 심지어 알록달록한 내복을 편안하면서도 매력적인 서양풍 의상으로 받아들여서 외출복으로 사용하였다. 이런 현상은 1980년대에 일반 시민들에까지 널리 확대되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부유해진 사람들이 더 이상 아무 옷이나 걸치고 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파자마를 입고 잔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어 한 것으로 보인다. 파자마가 부의 상징이 된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대낮에도 파자마를 입고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산책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2010년 세계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상하이 시 정부는 시민들에게 내복이나 파자마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창피한 모습을 외국 손님들에게 보여서 중국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말자는 의도이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옷을 자유롭게 입을 권리가 있다며 '잠옷 패션' 혹은 '내복 패션'을 옹호하고 있다. 이 현상은 아시아 문화가 유럽을 거치면서 이상한 변종이 되어 역수입된 흥미로운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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