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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미사일 언급없던 北..외교상황 고려한 '전략적 모호성' 선택

바람아님 2017. 3. 19. 23:37
뉴시스 2017.03.19 14:10

계획된 개발 일정 속 틸러슨 방중 의식…의도적 '톤다운' 평가

 북한이 6개월 만에 새로운 로켓의 엔진 시험을 성공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도 그것이 정확히 어떤 엔진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배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제 정세에 맞춰 일부러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지위성 운반용 로켓을 위한 엔진부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용 엔진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상황에 따라 해석이 가능토록 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은 지난 시기의 발동기들보다 비추진력이 높은 대출력발동기를 완전히 우리 식으로 새롭게 연구 제작하고 첫 시험에서 단번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시험을 통해 연소실의 추진력 특성과 타빈뽐프(터빈 펌프) 장치, 조절계통, 각종 번들의 동작정확성과 구조적 안정성·믿음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술적 지표들이 예정값에 정확히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3·18 혁명'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엔진 시험이 이뤄진 날은 지난 18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8일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처음 방문한 날이다. 북한을 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틸러슨 장관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있어 자신들만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틸러슨 장관의 방중 일정에 맞춰 새로운 시험을 감행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약 6개월의 간격을 두고 새로운 엔진 시험을 거듭해오고 있다. 4월9일에는 신형 대륙간 탄도 로켓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을 했고, 그로부터 5개월 여 뒤인 9월20일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을 감행했다.

다시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신형 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많은 분들이 북한의 이번 엔진 시험이 틸러슨의 방중 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술적으로 봤을 때 없던 것을 갑자기 계획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일정으로 엔진 개발을 준비해 온 것"이라며 "그냥 이 날(틸러슨 방중)을 노려서 했다기보다는 결과적으로 하고 보니 날짜가 공교롭게 맞아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평소 패턴과는 다르게 시험한 엔진의 종류와 용도에 대해서 함구했다는 점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고려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ICBM용 엔진이었다고 밝히는 순간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부러 모호성을 유지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지위성 운반용 로켓과 ICBM 추진체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둬 상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우주개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위성운반 능력과 어깨를 겨룰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당의 군사전략사상을 튼튼히 하기 위해 우리 식의 주체무기들을 더 많이 개발하겠다"고 언급, 위성과 미사일의 경계를 뚜렷히 밝히지 않았다.

김 교수는 "중앙통신은 이날 앞쪽에는 위성을 언급하고, 뒤쪽에 가서는 무기임을 강조한 것으로 봤을 때 새롭게 시험한 엔진을 양수겸장(兩手兼將)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며 "발표 내용과 수위를 보면 틸러슨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도 일부 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