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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 리포트] 화목한 시댁살이 비결은 시어머니의 헌신

바람아님 2017. 3. 30. 23:32
세계일보 2017.03.30. 20:50

나를 포함해 12명의 시댁 식구와 한지붕 아래 살고 있다. 어쩌다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다 보면 열에 한 번은 내 자랑을 해주곤 한다. 친구들은 속속들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니까 그 자리에서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봤자 내 자랑을 더 하는 꼴이 될까봐 그냥 웃고 넘어간다. 그런 내 친구들은 상상이 지나쳐 거의 나를 신데렐라로 만들어 놓을 때도 있다. 사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숨은 영웅이 있다. 


처음 시집 와서는 나날이 그의 고마움에 감사를 느꼈고 매일 베풀어주는 배려는 어느덧 내게 일상이 돼버렸다. 작년 1월 할머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한 달간 입원치료 후에도 할머님은 듣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셨다. 할머님은 매일 침 치료, 언어치료 그리고 경락마사지를 다니며 건강 회복에 주력하셨다. 그가 두 발과 손이 되어 정성껏 돌보신 덕택에 할머님은 발음도 뚜렷해지고 혼자 걸을 수도 있게 되셨다. 그해 9월 환갑이 지난 그는 결국 대상포진으로 몸져누워버리시고 말았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나자 시아버님은 며느리인 나한테 무관심하다며 화를 내셨다. 나는 창피함이 몰려와 정신이 없었다. 


할머님이 쓰러진 후 몸도 마음도 편한 날이 없으셨던 그를 잠시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할머님이 입원한 병원에서 한 달 동안 곁을 지키며 같이 씻고, 자고, 먹고 하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할머님 모시고 이틀에 한 번씩 목욕을 가고 그 와중에 장을 봐서 식구들 세 끼 식사 준비하느라 얼마나 쉴 틈이 없으셨을까. 저녁이면 손자 손녀들 돌보느라 헌신하고 모든 걸 혼자 감당하면서 며느리나 딸에게 도와 달라고 말 못하는 마음은 얼마나 서글프셨을까.


천사 같은 그는 바로 나의 시어머님이다. 어머님께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아침마다 문안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님은 그럴 필요 없다면서 아이 키우며 공부하고 일도 하느라 너야말로 힘들 텐데 그런 생각하지 말라며, 화를 내신 아버님에게 한마디 하셨다. 내색 안 하셔서 어머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내 스스로 창피함을 무력화시켰다. 어머님께 늘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김은서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