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04.12. 07:01
'등심환'이라는 이름의 선인장이다. 원산지는 멕시코다. 굵직한 몸통 끝에 작고 빨간 꽃이 목도리처럼 둘러 피었다. 관람하던 중년 남자가 “앗따! 그놈 실하게 생겼다”고 하자 여자는 허리를 잡고 깔깔거렸다. 아르헨티나 원산의 '여자옥'이라는 선인장이다. 조그만 몸통 위에 강렬한 색상의 꽃이 피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칠석정'이라는 선인장이다. 긴 꽃대 위에 섬세한 꽃을 피운다. 카나리아섬에서 온 '달마법사'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발기한 남근을 닮은 이 선인장은 '환락'이라 불린다. 페루 원산이다. 끈처럼 길게 늘어지는 줄기에 꽃을 피우는 이 선인장은 '금끈'이라 불린다. '취설주'다. 줄기 허리에 말미잘을 닮은 꽃을 피운다. 이 독특한 선인장은 '명월'이라 불린다. 당근 또는 빨간 고추를 닮은 꽃대가 몸통에 박혀 있다. '설황'이다. 눈 속에 꽃이 핀 것 같다. 작고 섬세한 꽃다발을 피우는 '라울'이다. '암흑옥'이라 불리는 선인장이다. 강하고 날카로운 가시 속에 연꽃을 닮은 꽃을 피운다. '금호'라고 불리는 멕시코 원산의 대형 선인장이다. 꽃이 피었다 진 상태다. 덩치가 큰만큼 꽃도 크고 화려하다. '훈광전'이라는 이름의 선인장이다.
산수유가 노랗게 물드는가 싶더니 온 천지에 꽃이다. 매화,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 할 만하다.
이 계절에 꽃이 다투어 피는 곳이 또 있다. 일산 호수공원 한쪽의 고양시 선인장 전시관이다. 한국 최대 규모에 750품종, 6800본의 선인장과 다육(多肉)식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은 드물다. 외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선인장은 온실에서 자라지만 봄이 돼야 제대로 꽃을 피운다. 벚꽃,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는 요즘이 선인장꽃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11일 일산 호수공원은 평일인데도 상춘객으로 붐볐으나 선인장 전시관은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신비하면서 에로틱하기도 한 선인장은 한창 물이 오르고 있었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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