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4.23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로마가 제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육군만이 아니라 강력한 해군력이 필수였다. 로마는 숙적 카르타고를 누르고 서부 지중해 세계를 장악했지만 곧바로 지중해 동부까지 지배권을 확대하기에는 힘이 벅찼다. 할 수 없이 페르가몬이나 로도스 같은 동맹국들에게 해상순찰 의무를 맡겼다. 이처럼 해상 지배가 불완전하자 도처에서 해적들이 발호했다. 그 가운데 소아시아 남부의 실리시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던 해적집단은 1000척 이상의 배와 그에 상응하는 군비를 갖추고 있었고, 명령체계도 잘 조직되어 있었다. 이들은 로마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곡물 수송 선단을 공격하고, 때로는 대담하게 이탈리아 본토까지 직접 공격했으며, 저명한 로마 시민들을 납치해서 몸값을 받아냈다.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던 인물 중에는 젊은 시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포함되어 있었다. 해적은 그에게 몸값으로 20달란트라는 거액을 요구했는데, 카이사르는 자신이 워낙 중요한 인물이므로 50달란트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풀려나면 돌아와서 그들 모두를 잡아 십자가에 못 박아 처형하겠다는 말도 했다. 해적들은 이 말을 농담으로 들었겠지만, 카이사르는 약속한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되자마자 밀레토스에서 선단을 동원하여 해적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당시 아시아 총독은 이 해적들을 죽이지 않고 노예로 팔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카이사르는 곧바로 돌아와서 직권으로 해적들을 모두 처형했다. 다만 포로로 있는 동안 자신에게 예의 바르게 대한 데 대한 보상으로 십자가에 못 박기 전에 목을 자르는 것을 허락했다.
지중해 세계의 해적을 완전히 소탕한 것은 카이사르의 정적인 폼페이우스였다. 기원전 67년에 원로원은 폼페이우스 장군에게 지중해에서 해적들을 몰아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권력을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했다. 폼페이우스는 500척의 배와 무려 12만명의 군사를 동원하여 지브롤터로부터 동쪽으로 한 구역씩 차례대로 해적 근거지들을 소탕해 나갔다. 육상세력으로 출발한 로마는 강력한 해상세력으로서 바다를 완전히 지배한 다음에야 진정한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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