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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내로남불'하는 심리

바람아님 2017. 6. 7. 09:37
세계일보 2017.06.06. 23:39

인간은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 관찰자·행위자 편향은 인간의 본성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나에겐 아름다운 잊지 못할 순수하고 지고한 사랑이건만 남이 하면 어리석고 심지어 추하게까지 보인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내로남불’을 입에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가 하는 것, 내 편이 하는 것은 옳은 거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똑같은 행위를 남이 할 때는 결코 같은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비도덕적이고, 옳지 않은 행동이다. 절대 허용할 수가 없다. 인간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그렇다는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기적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평가할 때 외부로 드러난 자신의 공개적인 행동 그 자체보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더 많이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는 그들의 공개적인 행동이 곧 그들의 내면을 상징한다고 보고, 바로 그 행동에 의해 그들을 평가한다. 그 사람의 언행이 바로 그 사람의 생각과 믿음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하는 행동과 타인이 하는 행동에 대한 잣대가 다른 거다. 바로 ‘관찰자·행위자 편향 심리’이다. 내가 행위자일 때와 관찰자일 때가 일관적이지 않은 인간의 이기적인 편향이다.


인간은 공개적으로 하는 행동이 자신의 내적인 감정이나 의도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내적 감정과 성격과 일치하게 행동할 때도 있지만 다른 요소에 의해 행동이 변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상황에 의해서, 집단 규범이나 다른 사람의 기대치에 맞게 자신의 행동이 달라지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설명을 찾으면서 합리화한다.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은 나름대로 이유도 있고 정당한 것으로 포장될 수밖에 없다. 그런 합리화가 있어야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고 일관적인 사람이라고 버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합리화가 절대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을 보호해 주는 일종의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찰자들은 행위자가 처한 모든 상황을 알지 못한다.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거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전혀 인식할 수가 없다. 즉 그 전후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상대가 하는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내적 동기가 그런 거고, 원래의 성품이나 본성이라고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인간이 지닌 다양한 측면과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상대에게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내 편이 아닌 다른 편인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상대에게는 비일관적이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퍼붓게 된다.


관찰자·행위자 편향은 불가피한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되짚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편한 식으로 생각하고픈 이기적인 인간임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한 사랑이 결코 아름다운 로맨스가 아니었음을 깊게 반성해야 한다. 또한 상대도 동일한 실수를 할 수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이해해야 한다. ‘내로남불’의 논쟁은 도돌이표와도 같은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행위자인 내가 관찰자가 될 수 있고 관찰자인 내가 행위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를 반성해야 하고, 또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첫 단계일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