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을 하면 얼마나 좋은가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벼슬이 없는 것도 몇 가지 장점이 있다는 사실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벼슬 못해서 상처받거나 한이 맺힌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儒家)의 가풍은 과거 합격해서 벼슬을 하는 것이 코스이다. 이에 비해 도가(道家)의 가풍은 경물중생(輕物重生)이다. 물(物)엔 벼슬이나 명예도 포함된다. 벼슬이나 명예를 가볍게 여기고 개인적인 삶을 중시한다. 먹을 것만 있으면 산속에 들어가 살거나 명산대천 유람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유가는 벼슬하다가 당쟁에 걸려 사약을 받거나 유배를 당해보면 그다음에는 도가의 '경물중생'이 맞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노선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도가의 입장에서 고위직 청문회를 보면서 드는 소감은 청문회가 누드쇼에 가깝다는 점이다. 온갖 사생활이 다 까발려진다. 중인환시리에 팬티만 입고 무대 위를 워킹하는 속옷쇼이다. 어떤 때는 팬티마저 벗겨진다. 내시경을 오장육부에 들이밀고 온갖 퇴적물을 살펴보는 게 청문회 아닌가. 누드를 보고 나면 그동안 품어 왔던 신비감이 없어진다. 벼슬 안 하면 이런 누드쇼가 면제된다.
벼슬에 나가면 자기 시간이 없다. 매일 회의해야 하고 행사에 참석해서 내키지도 않는 억지 축사를 하고 잔술을 받아먹고 다녀야 한다. 마음에도 없는 축사를 의무적으로 하고 다니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가족과 한가하게 저녁도 못 하면서 말이다. 기관장을 맡으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민원 사항이 밀려오는 점도 엄청난 부담이다. 한국 사회는 지연, 혈연, 학연이 지배하는 사회다. 이 연줄을 타고 크고 작은 부탁이 쇄도한다. 민원을 안 들어주면 '의리 없는 인간, 인정머리 없는 인간, 너 그 자리에 얼마나 있나 보자' 등의 원망이 쏟아진다.
인간은 누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공직에서 성공하려면 이 욕망을 억눌러야 한다는 데에 벼슬살이의 어려움이 있다. 자칫하면 빙공영사(憑公營私)가 된다. 공을 빙자해서 사익을 추구하면 감옥행이다. 요즘은 전 국민이 인터넷 현미경과 망원경으로 감시하고 있어서 '먹지도' 못한다. 무관유한(無官有閑)도 인생의 큰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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