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10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주경철 '대항해시대'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6/10/2017061000145_0.jpg)
18~20세기 사이, 중국과 일본에서도 서구 문명의 수많은 책이 중국어와 일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들에 담긴 서양 문화를 기존의 자국 문화와 융합함으로써 중국은 세계열강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끝내 독립을 지켰고, 일본은 세계열강의 하나가 되었다. 번역의 시대와 그 언어권의 융성은 종종 한 쌍을 이룬다.
일본의 경우, 네덜란드어 의학서를 번역하면서 18세기에 시작된 '번역의 시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1960년대부터 21세기까지 이와나미 서점이 출판한 '대항해시대 총서' 시리즈가 이를 상징한다.
콜럼버스, 아메리고, 바스쿠 다 가마, 마젤란 등의 항해 일지처럼 유럽 세력의 해상 팽창 과정에서 생산된 수많은 기록을 민간 출판사가 50년 동안 꾸준히 출판하는 모습에서 일본 시민사회의 힘을 느낀다.
![주경철 '대항해시대'](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6/10/2017061000145_1.jpg)
그렇다면 한국어권의 경우는 어떨까.
일찍이 조선의 식자 집단은 중국인이 한문으로 번역한 세계 각국 문헌을 읽고 자신들의 관점을 세웠다.
유럽인들이 자국어 대신 라틴어로 책을 읽고 문화를 가꾼 것과 마찬가지다.
근대 이후 유럽 여러 지역 시민들이 라틴어 대신 자국어로 책을 읽고 쓰게 된 것처럼,
오늘날 한국 시민들도 한문 대신 한국어로 책을 읽고 쓰게 되었다.
이와나미 서점의 '대항해시대 총서' 시리즈와 관련하여 생각해보자면,
오늘날 한국어권은 주경철(57) 선생의 '대항해시대 -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과 같이
신뢰할 수 있는 교양 학술서가 출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 학계의 최신 동향을 담으면서도, 한 편의 대하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이런 책이 최근 들어 한국어로
속속 출판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책을 읽고 자극받아 이 시대 유럽인들이 생산한 기록을
자기 눈으로 읽고 싶어진 독자들을 위한 한국어 번역서는 많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주경철 선생의 '대항해시대'는 앞으로 한국어권 세계에 도래해야 할 '번역의 시대'의 물꼬를 트는 책이다.
곧 한국어권에 찾아올 '번역의 시대'를 고대한다.
블로그내 책소게 보기 : [Books] 대항해시대-주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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