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개발 일변도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비교적 참신하게 출범했다. 2013년 4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업무 보고를 함께 받으며 더 이상 경제냐 환경이냐 다투지 말고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국토 관리 체계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때다 싶어 평소 생각하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제안했으나 끝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일하던 3년여 동안 나름 노력했지만 경제 부처들의 반대로 운조차 떼지 못했다. 우리 환경 분야 사람들에게 전례 없이 큰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제안해본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철저하게 '개발 문화' 국가로 살아왔다. 우리 정부가 1999년부터 채택해 한국개발연구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예비 타당성 조사는 오로지 경제성만 분석한다. 나는 이에 덧붙여 반드시 생태성을 함께 분석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개발을 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변형해야 한다. 뭔가 바꾸겠다는 쪽이 그대로 보전하자는 쪽을 설득하는 게 당연할진대 적반하장으로 개발론자가 더 당당하다. 경제 발전이라는 기치를 들고 보전론자를 윽박지른다. 그러나 이제 단돈 몇 푼 더 버는 것보다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며 사람답게 사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파주시 법흥리의 수리부엉이 삶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 지역은 수십 년째 천연기념물 제324-2호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틀고 살아온 곳인데 파주장단콩웰빙마루를 조성한다며 수행한 환경 영향 평가에는 수리부엉이에 관한 언급조차 없다. 개발 사업에 면피용으로 수행하는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환경 영향 평가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장단콩웰빙마루가 들어서도 최대 39.1㎢의 행동권 공간이 필요한 수리부엉이의 웰빙에 문제가 없는지 경제성과 아울러 생태성도 따져봐야 한다. 이참에 파주시가 이 나라를 개발 문화에서 생태 문화로 이끄는 선봉에 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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