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63년 11월 23일 새벽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따라 여느 날보다 훨씬 일찍 눈을 뜬 나는 현관에서 조간신문을 집어 들고 꺼이꺼이 대성통곡을 했다. 신문 가득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소식이 실려 있었다.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현관으로 달려나오신 아버지는 내 손에서 신문을 빼앗으며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아홉 살 소년이 남의 나라 대통령 사망 소식에 통곡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아마 그 어린 나이에도 내가 그를 무척이나 흠모했던 모양이다.
어제 5월 29일은 케네디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 핵실험 금지 조약, 시민 평등권 운동 등과 더불어 1961년 3월 1일에 설립한 평화봉사단(Peace Corps)도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젊은이들의 이 담대한 자원봉사 프로그램 덕택에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원어민 선생님께 영어를 배웠다. 그 불씨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물어라." 취임식에서 미국 국민에게 이 말을 고할 때 그는 이미 국가를 넘어 세계를 품고 있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지금 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이를 이어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넘치도록 교육받은 우리 젊은이들이 이제 세계를 상대로 팔을 걷어붙일 때가 되었다. 연간 1인당 3000만원을 지원한다 해도 3000억원이면 무려 1만명의 우리 젊은이가 지구촌 곳곳으로 달려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해마다 예산 소진을 위해 황급히 털어내는 보도블록 교체 비용만 모아줘도 너끈히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K-Pop(케이 팝)으로 시작한 한류가 K-Corps(케이 코어)로 이어지며 도도한 물결을 일으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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