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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 홍보대사 역할의 설렘

바람아님 2017. 9. 15. 09:57
중앙일보 2017.09.14. 02:19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한국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내가 받은 질문 중에 가장 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너무 많아서다. 한국에서 방송인 활동을 하면서 여러 곳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평창·통영·제주도·부안·울산·순천 등지에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경관이 많았다. 서울의 고궁과 경주 유적, 전주 한옥마을, 수원 화성 등 한국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관광지도 많다. 도저히 몇 군데로 추리기 힘들다.


물리적인 장소들 너머의 또 다른 아름다움도 알려주고 싶었다. 실로 한둘이 아니다. 밭에서 손수 딴 배추로 동네 아주머니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김장했을 때 느낀 정겨움, 조용한 선사(禪寺)에서 스님과 함께했던 소박한 절 음식과 고즈넉함, 오일장에서 만나는 각양각색 사람들의 활기, 뜻을 모을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자신과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용기, 급속히 변하고 발전하는 역동성, 모순적일 정도로 다양한 모습이 섞였지만 결국 조화를 이루며 그려내는 아름다움. 한국에 생소한 외국인에게는 금세 와닿지 않는 특성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이런 아름다움을 설명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내 설명이 잘 전달된 듯싶다.

나를 취재한 곳은 내 고국인 브라질의 최대 민영방송 헤지 글로부(Rede Globo)다. PD 취재팀은 이번에 한 달간 한국에 머물며 문화·자연·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아름다움을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헤지 글로부는 남미 최대이자 미국 ABC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방송국이다. 브라질 국민 2억 명 대다수가 헤지 글로부 시청권 안에 있다. 방송 프로는 무려 190여 개국에 수출된다. 전 세계 시청자에게 한국을 널리 알릴 좋은 기회다.

이번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브라질 국민에게 소개할 임무를 부여받은 곳은 브라질에서 가장 오래된 다큐멘터리 방송인 글로부 헤포르타(Globo Reporter)의 취재팀이다. 이 방송사는 브라질 국민이 즐겨 시청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를 많이 만든다. 브라질 내 시청률이 30%를 웃돌 정도다. 오래된 방송국의 노련한 PD들인 만큼 내가 열심히 설명해 준 한국의 아름다움을 하나의 작품으로 잘 담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브라질 시청자들이 그 프로를 보고 한국에 반할 그날이 기다려진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