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時事·常識

[윤희영의 News English] 자녀에게 변호사 대신 배관공 되라고 권하는 이유

바람아님 2017. 9. 14. 08:47

(조선일보 2017.09.14 윤희영 디지털뉴스본부 편집위원)


'왜 아이들이 이제는 변호사(lawyer)가 아니라 배관공, 건축업자, 전기기사가 되기를 열망해야 하는 걸까(aspire to be 

plumber, builder and electrician).' 영국 여성 언론인 사라 바인이 한 일간지에 쓴 칼럼 제목이다. 

이유인즉, 이렇다.


"내 세대의 대학교육을 받은 남자친구들(university-educated male friends)을 보면 

최근 터키 선거의 지정학적 중요성(geopolitical significance)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부지기수인데(be countless) 

그림 액자 똑바로 걸 수 있는 이는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다. 퓨즈를 교체하고(change a fuse), 방열기 물을 빼내고(bleed

 a radiator), 수도꼭지 고치는(fix a tap)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go without saying).


칼럼 관련 일러스트


그러고 보면 전기기사, 배관공, 미장공(plasterer)이 연간 15만파운드(약 2억2500만원) 이상을 벌어 최고 소득 근로자로 

꼽힌다는 최근 통계가 놀라울 것도 없다(be hardly surprising). 

숙련공(skilled tradesman)은 평균 임금의 6배까지 번다(bring home up to six times the average wage). 

수련의(醫)가 야근을 해가며 장시간 근무하고(work night shifts and long hours) 연간 2만3000파운드(약 3450만원) 

버는 데 비해 갓 자격증을 딴 전기기사(a newly qualified sparky)는 일주일에 1500파운드(약 225만원)를 번다.


한때는 모든 가정에 '남편'이라는 이름의 '입주 일꾼(live-in handyman)'이 있었다. 

어느 정도 잔소리를 요하기는 했지만(require a certain amount of nagging) 막힌 싱크대나 고장 난 진공청소기(a blocked 

sink or a broken vacuum)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남편들은 뭐 하나 할 줄 아는 게 없다. 

흔들거리는 선반(a wobbly shelf) 수리 등 온갖 허드렛일(all sorts of niggling jobs)을 해주는 용역 사이트의 인기, 

수작업 노동시장의 치솟는 임금(rising salaries in the manual labor market)은 그래서 이상할 것이 없다.


15세 때 학교를 자퇴하고(drop out of school) 배관공 견습생이 됐던 찰리 멀린스 Pimlico Plumbers 사장은 

지금 7000만파운드(약 1050억원) 자산가가 됐다. 

'대리 남편(surrogate husband)' 일을 해주는 기능직 고용시장의 미래(the future of the job market)를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에 공급이 넘치면(flood a marketplace) 상품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학 졸업생들이 더 많이 취업시장에 나올수록 몸값은 더 떨어진다. 그런데 좋은 보수 직장(a well-paid job)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는 대학 학위를 빚까지 져가며 꼭 따야만 하는 걸까. 

4년간이나 그 비용을 치를 값어치가 과연 있을까.


지식인 전문직이 풍미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draw to a close).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의사·변호사·회계사(accountant)가 아니라 배관공·건축업자·전기기사가 되도록 격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