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중국 고위 관리가 5년 안에 여성 1000명과 성관계를 갖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다가 136번째 만에 현장에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런 허황된 포부를 지닌 사내들은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다. 조선 중기 선조 때 이조판서까지 지낸 송언신도 '평생 여성 1000명과 자겠노라' 호언한 희대의 한량이었다. 민심을 살핀답시고 돌아다니며 여염집 아낙네를 탐하고 장안의 기방을 주름잡았지만 '원대한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얼마 전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시대 대표 한량 휴 헤프너가 세상을 떠났다. 그 역시 2013년 어느 인터뷰에서 '1000명 이상의 여성과 잠자리를 했노라'고 털어놓았다. 올해 68세인 프로 레슬러 릭 플레어는 1만명을 들먹였고, 63세로 '요절한' 미국 NBA 스타 센터 윌트 챔벌린은 15세에서 55세까지 40년 동안 무려 2만명의 여성을 상대했다고 허세를 부렸다. 비교적 간단한 산수지만 애써 시간을 내어 계산해본 사람들에 따르면 챔벌린과 플레어의 기록은 뻥튀기일 가능성이 커도 헤프너의 자랑질은 상당히 현실적이란다. 챔벌린은 매일 1.4명, 플레어는 매주 5명과 관계를 한 걸로 나오지만, 91세까지 천수를 누린 헤프너는 한 해에 16명씩, 그러니까 매달 한 명 남짓 새로운 여성과 즐긴 셈이다. 실제로 그가 70·80대에도 여전히 즐겼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진화생물학에서는 이 같은 수컷들의 허세보다 실세에 주목한다. 제아무리 많은 여성을 품었어도 헤프너는 고작 자식 넷을 남기고 떠났다. 비록 27세에 요절했지만 자식의 수를 가늠하기 어려운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진화적으로는 더 '성공한' 수컷이다. 기네스북은 모로코 이스마일 전 황제의 자식이 888명이라고 기록한다. 재위 기간 55년 동안 부인 넷과 첩 500명을 거느린 황제로서 충분히 가능했으리라는 게 학자들의 계산이다. 임신 적기를 살피며 잠자리를 했다면 여성 65~110명으로도 너끈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其他 > 최재천의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42] 모기라는 영물 (0) | 2017.10.26 |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41] 믿음 엔진 (0) | 2017.10.18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39] 붉은열마디개미 (0) | 2017.10.04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38] 박쥐를 기다리며 (0) | 2017.09.27 |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36] 말괄량이 벌 길들이기 (0) | 2017.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