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나는 박사 학위 논문 연구를 위해 파나마 운하 한복판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에 머물렀다. 그 시절 곤충의 비행 행동을 연구하며 듀크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로버트 더들리(Robert Dudley)라는 친구와 특별히 가깝게 지냈다. 지금은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최근 모기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이 나왔다. 우리 살갗에 내려앉아 실컷 피를 빨고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륙해도 왜 우리는 감쪽같이 모를까, 그 이유를 찾아냈다.
초고속 비디오 카메라 석 대를 동원해 촬영한 영상 자료에 의하면 자기 몸무게의 서너 배나 되는 피를 챙긴 모기가 사뿐히 날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발로 박차며 튀어오르는 게 아니라 날갯짓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륙에 필요한 동력의 61%가 날개 근육의 운동으로부터 발생한다. 비교 대상으로 초파리의 이륙 행동을 함께 분석했는데, 둘 다 이륙에 필요한 속력은 마찬가지지만 초파리보다 훨씬 긴 다리를 가진 모기는 사뭇 더 천천히 이륙할 수 있다. 이를테면 급발진이 아니라 훨씬 더 여유롭고 우아하게 떠오른다는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모기가 우리 살 속으로 주둥이를 찔러 넣기 전에는 감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 따끔한 고통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모기는 주둥이를 꽂으며 우선 침부터 뱉는다. 우리 피는 모기가 자력으로 빨아당기는 게 아니라 모세관 현상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모기는 이 모세관 현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짜고짜 침부터 뱉어 우리 피를 희석한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이때 모기의 침에 섞여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그러니 따끔함을 느낀 다음에 모기를 때려잡는 일은 그저 쪼잔한 분풀이에 불과하다. 이런 판국이다 보니 더들리 교수의 이번 연구는 학리적 관점에서는 흥미로우나 질병 퇴치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듯싶다. 그래서일까. 연구진의 다음 목표는 모기의 착륙도 이륙만큼 부드러운가를 밝히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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