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 도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을 시작하려는 나라에 항상 이런 점을 자랑한다."
2007년 11월 경주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 착공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 안전성을 갖고 있다"고 자신하며 한 말이다. 앞서 2006년엔 "원전은 고유가 문제와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세계 일곱 번째로 석유를 많이 쓰는 우리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고 말했고, "원자력 기술은 생명공학, 나노 기술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도 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는 정반대로 원전을 애물단지 취급하고 있다. '도시 가까운 곳에 지을 정도로 최고 기술력'이라던 노 전 대통령의 자랑은 이 정부 들어 정반대로 '원전 인근 인구 밀집도가 높아 지진 등 자연재해가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로 바뀌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원전 모델이 까다롭기로 정평 난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와 유럽 기술 인증 심사를 통과하며 수출 길이 열렸는데도 정부는 보도 자료 한 장 내지 않았다. 정부는 오는 14일부터 일주일간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도 외면하고 있다. '원전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원전산업 관련 행사로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인데 행사 자체를 쉬쉬한다.
그러던 정부가 지난 10일 '원전 수출 전략협의회'를 통해 갑자기 원전 수출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은 지진 위험성, 다수 호기(號基), 인구 밀집 등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해외 원전 수출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탈(脫)원전과 원전 수출은 완전 별개"라고 했다. 원전업계는 이런 백 장관 발언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원전을 수출하겠다면서 자국에선 탈원전을 추진하는 나라를 외국에선 어떻게 바라볼까. 국내에서는 "원전이 위험하고 사회·환경·위험 비용을 다 포함하면 그렇게 싼 발전원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외국에다 "원전이 안전하고 저렴하다"고 세일즈하는데 믿을 나라가 있을까. "당신은 위험하다고 안 쓰면서 우리에게 파느냐"고 물으면 그땐 뭐라 대답할 건가.
원전 수출과 탈원전은 양립이 불가능한 명제다. 더군다나 원전은 '한 번 지어주고 나면 끝'이 아니라 가동하는 60년 동안 운영·관리, 유지·보수를 포함해 계약이 이뤄진다.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산업 기반이 무너지면 사후 서비스를 해줄 인력도, 부품도 없어진다. 당연히 수출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자랑했던 우리 원전 기술은 이렇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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