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11.05. 09:00
━ 무시무시한 세계 집값.. 차라리 ‘해외서 통근’?!
8.2 대책 이후 정부의 집값 억누르기 대전이 한창입니다. 의식주의 중요한 한 축인 집값이 안정돼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거야 두말 할 나위가 없지요. 그런데 집값 몸살은 한국만이 아닙니다. 금싸라기 땅값을 자랑하는 세계 주요 대도시라면 예외 없이 ‘주거 난민’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가 세계 집값과 기상천외한 '대안 주거'족(族)을 들여다 봤습니다.
━ 저가항공 타고 바르셀로나~런던 출퇴근
2015년 당시 32세의 한 소셜미디어 업체 직원 샘 쿠크니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런던의 살인적인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거처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옮겼습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런던 웨스트햄스테드의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1505파운드(약 223만원)이고 여기에 세금 75파운드, 그리고 교통비로 116.60파운드가 들어 매달 1697파운드(약 250만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선 방 3개짜리가 580파운드(약 86만원)이고 저가항공 라이언에어를 포함한 교통 요금은 778파운드입니다. 총 1358파운드(약 201만원)로 런던보다 매달 300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 이삿짐 트럭 고쳐 거주 "월급 90% 저축"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 본사가 몰려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집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때문에 멀쩡한 집 대신 트럭에 살기로 선택한 구글 직원도 있습니다. 2015년 당시 23세였던 브랜든이라는 이름의 직원은 그해 5월 구글 본사에 입사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내 아파트를 알아봤습니다. 단칸방 임대료가 월 2180달러(약 244만원)나 됐고 외곽으로 나가 여러 사람과 한 방을 나눠 쓴다고 해도 최소한 월 1000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보험료로 월 121달러를 내긴 해도 단칸방 월세의 18분의 1 수준입니다. 그는 이렇게 해서 “월급의 90%를 저축한다”고 자신의 블로그(www.frominsidethebox.com)에 공개했습니다.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트럭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며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네요.
━ 35세 이하 젊은층 자가보유율 사상 최저
해외 통근이나 트럭 거주 같은 극단적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대다수 경우는 집값을 감당 못할 때 다른 도시로 이주합니다. 지난 7월 영국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에서 다른 지역·도시로 이주한 사람은 29만1620명, 같은 시기 전입(출생 포함)한 사람은 19만8330명입니다. 한해 동안 순감한 인구가 9만3300명으로 5년 전(5만1710명)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사람들이 런던을 등졌습니다.
우려할 것은 런던 전출 인구 중에 30대가 많다는 점입니다. 30대의 순 전출이 연 3만450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68% 늘었습니다. 후발주자인 젊은 층이 런던의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떠나는 걸로 풀이됩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35세 이하 연령대의 자가주택 비율은 25%에 못 미쳐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입니다. 65세 이상 가구주의 자가 보유가 1990년 49%에서 2014년 69%로 늘어난 것과 대조됩니다. 우리로 치면 젊은 층 흙수저의 주거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쿠크니는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적인 출퇴근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도 많다”면서 "여러가지 의미에서 내 삶이 좀 더 나아졌고, 또 런던에서 살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으며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듯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사 트럭에서 살아가는 브랜든은 “여름에 찌는 듯한 온도로 치솟는 트럭에서 살기가 만만치 않다”면서 트럭은 밤에 잠잘 때나 들어가는 곳이라고 솔직히 밝힙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사 트럭을 가진 장점으로 “주변 사람들이 이삿짐을 옮길 때 흔쾌히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때마다 자신의 짐을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말이죠. 이런 자유로운 생각들이 모여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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