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7.11.26 00:05
지난 2017년 11월 20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뜨거웠던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열렸다. 미국과 유럽 외 다른 대륙, 특히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무대로, 개최 전부터 역대 최고의 스케일로 개최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인종 차별 논란을 빚었던 모델 지지 하디드와 일부 러시아 모델의 비자 발급 거부 문제 등 잡음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는 역시라는 평가를 받았던 화려한 무대였다.
1995년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막을 올린 이후, 올해로 벌써 23회째를 맞은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모델들이 속옷을 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화려한 란제리 쇼로만 인식된다. 패션쇼 초청장이 온라인에 수천만 원에 팔릴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난리인데 말이다. 상대적으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단지 빅토리아 시크릿 브랜드 매장이 한국에 없어서라기에는 이유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사실 빅토리아 시크릿 란제리쇼는 기존 란제리 쇼와도, 기존 패션쇼와도 조금 다르다. 단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들 역시 모델이 아니라 ‘엔젤(angel·천사)’로 불린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어 이를 알고 봐야 더 재미있다는 얘기다.
흔히 패션쇼는 옷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해당 시즌을 위한 트렌드를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속옷은 겉옷보다 트렌드를 뚜렷하게 타지도 않는 데다가, 과장된 코스튬 룩을 연상시킬 정도로 항상 과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들은 트렌디 해 보이지도 않는다. 대체 뭘 어떻게 봐야 할까?
흔히 패션쇼는 옷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해당 시즌을 위한 트렌드를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속옷은 겉옷보다 트렌드를 뚜렷하게 타지도 않는 데다가, 과장된 코스튬 룩을 연상시킬 정도로 항상 과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들은 트렌디 해 보이지도 않는다. 대체 뭘 어떻게 봐야 할까?
누가 판타지 브라를 입을 것인가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모델, 바로 ‘엔젤’이다. 지금 지구 상에서 가장 핫한 모델 수십 명이 무대에 등장한다. 올해 역시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안방마님인 아드리아나 리마를 비롯해 총 55명의 엔젤이 무대 위에 섰다. 상하이에서 열린 만큼 중국인 모델 6명이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델에게도 빅토리아 시크릿은 꿈의 무대다. 이름값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고 반응에 따라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쇼 준비가 한창인 9월 즈음부터 빅토리아 시크릿의 홈페이지에 가면 쇼 준비 과정을 그린 비디오 클립이 올라오는데, 항상 가장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바로 엔젤 캐스팅 콜(casting call·오디션) 영상이다.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오른 엔젤들을 잘 살펴보면 기존 하이패션 모델과는 워킹이나 표정이 다르다. 깡마른 모델보다는 어느 정도 볼륨감이 있는 글래머러스한 모델이 선호된다. 표정 역시 시크한 표정보다는 만면에 미소를 지은 당당한 표정을 하도록 요구받는다. 2016년 쇼에서는 엔젤로 무대 위에 오른 미국 모델 벨라 하디드가 하이패션 모델처럼 시크한 표정을 지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엔젤의 핵심은 윙(wing·날개)이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화려함은 모두 이 날개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날개를 가질 것인가도 관전 포인트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 여러번 선 몇몇 톱 모델만이 윙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다. 2016년에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 단 2회 만에 날개를 받은 모델 캔달 제너와 지지 하디드가 특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날개보다 더 중요한 아이템이 있다. 바로 판타지 브라다. 그 해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주인공을 결정짓는 것이 이 브라다. 올해는 브라질 모델 라이스 히베이루가 200만 달러(약 22억원)에 달하는 판타지 브라를 입고 등장했다. 제작 시간만 약 350시간, 약 6000개의 화이트 다이아몬드 및 사파이어와 토파즈 등으로 장식된 판타지 브라는 흡사 왕관과도 같은 아이템이다. 모든 매체의 인터뷰가 이 왕관을 가진 엔젤에게 집중되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는 발맹 디렉터, 스타일링도 볼만해
완벽한 몸매의 모델이 속옷만 입고 런웨이를 활보한다고 해서 눈요기 정도로 소비하기엔 뜯어볼수록 아깝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스타일링 얘기다.
보통 란제리 쇼는 브래지어와 팬티라는 한정된 아이템을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스타일링이 어렵다고 한다. 에스모드 란제리 전공 허미혜 교수는 “란제리만 가지고 쇼를 연출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며 “란제리만으로는 초라해 보이고, 또 스타일링을 더하면 란제리가 돋보이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완벽한 액세서리에 날개를 더하고 란제리 자체도 겉옷 못지않은 화려한 착장으로 선보이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스타일링이 늘 놀랍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유난히 빅토리아 시크릿의 무대 의상과 스타일링이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바로 발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테잉(Olivier Rousteing) 과의 협업 덕택이다. 이번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첫 번째 테마 ‘펑크 엔젤(punk angels)’에서 특히 올리비아 루스테잉의 장기가 돋보였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펑크룩 연출의 대가다. 스터드 장식과 프린지, 망사 등의 화려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믹스 매치하는 디자이너다. 이번 협업에서도 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전면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이 된 브래지어와 팬티는 물론, 이를 스타일링 하기 위해 매치한 안전핀이 달린 재킷과 핫팬츠, 그라피티 디자인의 티셔츠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최근 속옷 업계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속옷을 속에만 입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도록 입는 트렌드 말이다. 슬립 드레스나, 브래지어가 비치도록 입는 시스루 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속옷을 겉옷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에스모드 허교수는 “소재나 컬러를 참고하는 것 외에도 이번에는 특히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스타일링 노하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며 “캐미솔이나 뷔스티에 등 속옷으로만 입던 아이템을 겉으로 드러나게 입는 최근 트렌드에 맞는 스타일링이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보디 수트나 캐미솔 드레스에 짧은 스터드 장식의 재킷을 걸치는 방식이나 브래지어가 살짝 보이도록 앞이 파인 끈 드레스를 그 위에 덧입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연말 특집 쇼
이 모든 것을 떠나,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그 자체로 스팩터클한 볼거리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실 빅토리아 시크릿 쇼는 분석할 필요 없이 그저 감상하면 되는 쇼다. 모델의 몸매를 감상하는 노골적인 시선도 괜찮다. 화려한 속옷을 입을 일이 없는 사람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그런 쇼다. 패션쇼지만, ‘패션’보다는 ‘쇼’에 더 방점을 찍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가깝다는 얘기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매년 미국 공중파 방송국인 CBS에서 녹화 중계 되는 이유다. 올해도 11월 28일에 CBS에서 방영된다.
때문에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무대 위에 오르는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속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엔젤들의 퍼포먼스가 중요한 쇼다. 날개와 화려한 무대 의상, 독특한 표정과 포즈가 필요한 이유다. 축하 공연도 특별하다. 지난해 레이디 가가가 무대에 올랐고 올해는 영국의 아이돌로 불리는 뮤지션 해리 스타일스가 엔젤들과 함께 멋진 공연을 펼쳤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를 두고 ‘꿈의 공장’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에게 환상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라이브 광고이자 란제리 패션쇼라는 이름의 연말 특집 쇼”라는 것이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는 “요즘은 패션쇼가 바이어들이 더 많이 구매하게 만드는 이벤트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스팩터클한 볼거리가 되었다"며 "이런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바로 빅토리아 시크릿 란제리 쇼”라고 했다. 그는 또 “빅토리아 시크릿 쇼 동시 시청자가 지난해 8억명, 올해는 10억명"이라며 "이 어마어마한 관람객만 봐도 트렌드를 제시하는 단순한 이벤트나 쇼를 넘어선 독립적인 엔터테인먼트로써 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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