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11.12 주경철 서울대교수·서양근대사)
고대 로마에도 해적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기원전 1세기에 소아시아 출신의 해적들이 실리시아(오늘날 터키 동남부의 지중해 연안 지방)를 근거지로 하여 지중해 전역에 준동했다. 당시 로마의 내정이 워낙 어지러웠기 때문에 해상 문제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새에 해적들이 지중해의 교역을 거의 마비시킬 지경이었다. 자칫하면 로마의 번영이 흔들릴 뿐 아니라 심지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곡물 공급까지 중단될 위험도 컸다.
기원전 67년에 호민관 아울루스 가비누스는 원로원 의원들에게 특단의 대책으로 3년 동안 폼페이우스 장군에게 폭넓은 권한의 임페리움(imperium·大權 혹은 명령권)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그 내용은 해적 토벌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고, 작전 영역은 해상만이 아니라 400스타드(약 75km)에 이르는 내륙 지역에까지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시간과 공간상으로 엄격한 제약을 가하던 기존의 임페리움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례였다.
이런 권한을 부여받은 폼페이우스는 단 40일 만에 이탈리아 반도 연안지역을 평정했고, 다시 두 달 안에 지중해 전역에서 해적을 소탕했다. 그는 해상 작전만 펼친 것이 아니라, 실리시아 같은 육상 해적 근거지에 대한 공격까지 감행했다. 그리고 끝까지 저항하는 자들은 가혹하게 진압했지만, 항복하는 사람들은 노동력이 부족한 지역으로 보내 새로운 삶을 살도록 주선했다.
최근 소말리아의 해적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소말리아는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무질서한 데다가 경제가 극히 어려워서 한탕을 노리는 해적들이 발호하기에 딱 좋은 여건이다. 폼페이우스의 사례를 따른다면 소말리아 해적을 없애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일들이 필요하다. 우선 해군만이 아니라 육군까지 동원하여 대규모 소탕전을 펼쳐야 한다. 게다가 이미 빈사상태인 소말리아 국가기구를 대신할 새로운 통치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해적 행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정말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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