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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6] 워싱턴의 '자유의 여신像'

바람아님 2018. 6. 15. 07:54

(조선일보 2018.06.15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워싱턴의 '자유의 여신像'


워싱턴의 '자유의 여신像'


미국의 관문인 뉴욕 앞바다에 우뚝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

(Statue of Liberty)은 누구나 아는 미국의 유명 상징물이다.

그러나 수도 워싱턴의 캐피톨 빌딩(국회의사당) 돔 꼭대기에

또 다른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Freedom·사진)이

세워져 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계몽의 빛을 비추는 횃불과 독립·법치를 상징하는 법전을 들고 있는

뉴욕의 여신상과 달리 워싱턴의 여신상은 투구를 쓴 채 허리춤에

칼을 차고 손에는 월계관과 방패를 쥐고 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두 여신상이 상징하는 바를 함께 살펴봐야 미국인들의 자유에 대한

관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이 전화(戰禍)에 휩싸여있던 1941년 1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로 유명하다.

루스벨트는 연설에서 나치 파시즘을 생명, 재산에 대한 적(敵) 이전에

'자유의 적'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구상하는 새로운 세계의 기초로

'4개의 자유(Four freedoms)'를 제시한다.


4개의 자유란,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이다. 이후 미국의 참전으로 세계 각지는 파시즘에서

해방되었고 식민지도 독립하였다. 미국의 힘이 가져온 자유였다.

한국의 독립과 오늘날의 번영은 루스벨트의 4개의 자유 비전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화는 자유의 희생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4개의 자유가 실현되는 주체 간에 더욱 회복력이 강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의 선의(善意)에 평화가 좌우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평화를 달성하는 길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논함에 있어

한·미 양국의 지도자와 국민이 잊지 말아야 할 4개의 자유에 담긴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