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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15] 일어서! 내 얼굴 봐!

바람아님 2018. 8. 28. 09:24

(조선일보 2018.08.28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카를 마르크스 '고타 강령 비판'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이달 초 몽골에서 현지인 가이드가 시베리아행 기차가 러시아 국경에서 입국심사를 위해서 2~3시간

정차할 것이라고 했을 때, '무언가 잘못 말한 것이겠지'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 기차는 한 시간 남짓 섰는데, '문제' 승객이 발견될 경우에는 아예 그 문제가 해결되거나

또는 그곳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올 때까지 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몽골에서 피곤한 몸으로 기차에 올랐는데, 기차의 출입 계단이 어찌나 가파른지, 위에서 누가 짐을 받아 올려주지 않으면

한 손에 짐가방을 들고 오르는 게 불가능했다.

기차 안에는 영어로 된 안내판이나 지도 하나도 없었고 어떠한 안내방송도 없었다. 승무원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화장실은 오물이 그냥 선로로 떨어지게 돼 있어서 기차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때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한 역에서 20~30분씩 정차하기도 하고 국경에서는 1시간 이상 정차해서 여러 승객이 발을 동동 굴렀다.


국경 검문소에 기차가 멎자, 기차 안에 삼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냥 좀 불친절한 승무원들과는 달리 말쑥한 제복의 군인들이 올라와서 비좁은 4인용 객실 내 승객들의 여권을 검사했다.

한밤중이어서 이미 이층침대의 위 칸에서 잠들었던 승객들은 곡예 하듯 내려와야 했다.

아래 칸의 승객들은 기립했고, 그냥 서서 여권을 내밀면 되는 것이 아니고 검사관의 눈을 쳐다보아야 했다.


'Stand up! Look at me!'라는 명령에 불복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보고 싶은 호기심이 피어올랐지만 공

연한 만용을 부렸다가 사무실로 불려 내려가고 모든 승객의 여정에 방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참았다.

나중에는 승객 네 사람을 다 좁아터진 복도로 나오라고 하고는 침대 아래 칸을 들어 올려서 그 아래에 있는 짐칸을 검색했다.

4인용 객실이 스무 개가량 있는 한 량을 다 검색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다. 지극히 순조로운 검색이었는데도.

관리들이 사라진 후 여러 방에서 "사회주의여 영원하라!"는 저주가 터져 나왔다.

러시아 국민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마르크스는 '고타 강령 비판'에서 공산주의의 목표를 '모두에게서 능력만큼, 모두에게 필요만큼'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검문검색은 누구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 중에 사회주의를 흠모하는 사람은 왜 그럴까? 




각주) 고타 강령 비판     <출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고타 강령 비판》(고타 綱領 批判, 독일어: Kritik des Gothaer Programms)은 1875년 5월 카를 마르크스가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운동 중에서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가까운 아이제나흐파(派)에 쓴 편지를

중심으로 한 문서이다.


1875년 작센코부르크고타 공국의 고타에서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베벨을 중심으로 한 독일 사회민주노동자당

(일명 아이제나흐파(派))이 회의를 열고 페르디난트 라살레를 중심으로 한 전독일 노동자 협회

(일명 라살레파(派))와의 함께 단일 정당 결성을 선언했다.

아이제나흐파는 단일 정당 결성을 위한 강령인 이른바 고타 강령 초안을 카를 마르크스에게 보내는 서한을

구했지만 라살레의 이론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을 발견한 마르크스는 정부로부터의 양보를 위해 노동자 운동의

열망을 제한하려는 의도를 가진 기회주의자로 생각했다.

마르크스는 강령 방안에 대한 주석으로 "독일 노동자당 강령에 대한 비평 및 주석"을 전달했지만 그의 문서는

발표되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고타에서 아이제나흐파와 라살레파 간의 회의가 열렸는데 강령 초안을 약간 수정한

단일 정당인 독일 사회민주당이 창당하게 된다.

 

고타 강령 비판은 마르크스가 혁명 전략의 조직론을 상세하게 제시한 선언이며 프롤레타리아 독재,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전환하는 과도기,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노동자 계급 정당에 대한 논의를 담은 문서로 여겨졌다.

이 문서는 자본주의의 이행 직후의 공산주의 사회의

낮은 단계에 대해서 "각자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노동에 따라 받는다", 장래의 공산주의 사회의

높은 단계에서는 "각자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받는다"고 제시했다.

낮은 단계에서의 기술에서는 "개인은 사회에서 받고 정확하게 준다"고 제시하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과도기의 국가를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제시했다.

고타 강령 비판은 그의 사후에 출판된 뒤부터 마르크스의 마지막 주요 문서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이 편지는 1891년 독일 사회민주당이 새로운 강령인 에르푸르트 강령 채택 의향을 선언했을 때 이를 비판한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개 출판하였다.

또한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에르푸르트 강령 비판》을 써서 출판했다